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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Jan 06. 2019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보기(2)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인니 편

인도네시아에서의 첫 아침 


인도네시아는 아침 6시면 해가 뜨고, 저녁 6시면 해가 진다. 그래서인지 한국보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게 되는 거 같다. 머물고 있는 수라바야에서 회사가 있는 파수르안은 차로 1시간 반 거리. 8시 출근을 위해 5시 50분에 일어나 20분 내에 씻고 옷 입기를 마친 후, 호텔 레스토랑에 내려가 20분간 아침식사를 하고 6:30분에 회사 차량에 탑승하는 게 매일 아침 일과였다. 


첫날은 혹시나 늦게 일어날까 싶어 핸드폰 알람도 두 번 맞춰 놓고 잠들었는데, 정작 눈을 뜬 건 창문 안으로 들어온 햇빛 때문이었다. 5시 50분이면 한국시간으로 7시 50분. 아직은 한국시간에 몸과 마음이 더 익숙하다. 회사 식당의 현지식이 입에 맞지 않으니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라는 동료들의 조언이 생각나 호텔 조식을 든든히 먹었다.  




인도네시아의 차 그리고 도로의 특징 


회사 차량에 탑승했다. 도요타 미니벤 "기장(Kijang)"이다. 인도네시아는 4대 중 3대가 도요타고, 5대중 4대가 벤이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는 도로에도 물이 차기 때문에 차체가 낮은 세단은 맞지 않고, 도로 포장상태가 좋지 않아 SUV나 VAN 같은 큰 차가 유리하다. 


가속력, 속도는 중요치 않다. 도로가 좁고, 차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으며, 막히는 것이 일상이라 속도를 내기도 힘들다. 휘발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연비도 문제 되지 않는다. 


차량을 이용할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기사, 가정부를 두는 경우가 다반사라 여러 명이 탑승해야 하니, 이래저래 벤이 인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차량이 바로 도요타의 기장(KIJANG)과 아반자(AVANZA)다.

합리적인 가격과 중고 시세가 높게 유지된다는 점도 두 차량이 인기가 높은 이유다. 

인도네시아 국민차 "도요타 Kijang"

인니는 일본의 식민지였던 때문인지, 차량 이동 방향이 일본처럼 좌측통행(중앙선 기준 왼쪽으로 운행)이다.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다. 한동안은 익숙지 않아 길을 건널 때나 차를 탈 때 당황할 때가 있었다. 


첫 출근길. 도심을 빠져나가는 동안 정체가 계속되었다. 차량 사이사이로 오토바이가 곡예하듯 지나다녔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오토바이까지 넘쳐나니 차량 간에 간격이 닿을 듯이 좁았고, 오토바이는 옆에 붙어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사고가 안나는게 이상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수라바야에서 오토바이는 생활 필수품


바로 그때, 내가 탄 차의 바로 앞 차와 오토바이 간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두 명이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졌다. 워낙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터라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충격이 꽤 있었을 텐데, 너무나 태연하게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워 다시 타고 갔고, 차량 운전자도 밖을 나와 보거나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였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여기서는 일상인 듯했다. 


나중에 들으니 여기서는 오토바이가 차를 긁고 가거나 사이드미러를 치는 정도는 너무 흔해 운전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긁힌 자국은 중고차 시세 감정 시에도 별 영향을 안 준단다.  


차는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렸다. 고속도로 역시 포장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인니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허리가 좋지 않다는데, 차를 오래 타는 환경에서 덜컹거리는 도로를 달리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막히면 출근시간이 5시간까지 걸린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첫 출근길은 무사했다. 



살라맛 빠기 (Selamat pagi)


살라맛 빠기(Selamat Pagi, 아침인사)! 

내가 배운 첫 인니어 이자, 트리마 까시(Terima kasih,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많이 쓴 단어다. 사무실에 들어가 현지 인력들과 나눈 첫인사 역시 "살라맛 빠기"다. 인니는 알파벳 문자를 그대로 쓴다. 우리가 아는 알파벳 발음으로 읽으면 비슷하게 맞다. 


인니 사람들과의 첫 대면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순수하고 밝은 얼굴. 다소 수줍은 듯한 미소. 한눈에 봐도 악의 없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확 왔다. 또 한 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수할 때였다. 오른손으로 악수한 후 오른손을 자신의 심장이 있는 왼 가슴에 댄다. 당신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의미겠지...  


사무실 빈자리에 앉았다. 맞은편 현지 직원이 먼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여기 인력들은 영어도 제법 한다. 발음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따뜻한 미소와 호의에 감사했다. 


공장 인력들의 급여는 원화 환산 시 월급 40~50만원 수준이다. 대부분 그 정도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전문기술을 인정받아 입사한 일부 직원은 상당한 급여를 받는다. 연봉이 2억원 수준인 직원도 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00만원이니 다른 직원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인니 사람들이 아무리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어도 속으로는 불만이 많겠군... 


인니의 화장실은 좌변기가 대부분이다. 쪼그려 앉아 쥐가 날 것 같은 자세로 일을 봐야 한다. 그리고 좌변기 옆에는 호수가 달려 있다. 인니식 비데인 셈이다. 그리고 화장실 옆에는 기도실이 있다. 이슬람인이 대부분인 인니에서 기도는 밥을 먹는 것처럼 중요한 일상이다. 근무시간 중 4번 정도 기도를 한다고 한다. 기도시간은 각자 다른데, 회의 중에도 기도시간이 되면 중간에 나간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조금 낯선 문화다. 



드디어 점심시간 


식당 초입과 나가는 곳에는 세면대가 있다. 수저와 포크가 있지만 손으로 집어 먹는 게 편한 음식이 많아서 그런지 식전과 식후 손을 씻는 게 일상적이다. 식사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크루푹(kerupuk)이라는 튀긴 과자를 곁들인다. 나시고렝, 미고랭에도 같이 나온다.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쌀, 녹말을 튀긴 것이다. 새우 같은 해산물을 넣은 것도 있는데, 한국에서 파는 새우칩과 맛과 모양이 똑같다.  

식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크루푹.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은 닭고기를 끓인 국과 야채 볶음, 쌀밥에 크루푹이었다. 조미료가 달라서 인지, 맛이 익숙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아침에 조식을 든든히 먹어 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12월의 인도네시아는 우기가 한창


오후 들어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내 평생 들어본 가장 크고 위협적인 천둥소리다. 이어서 비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폭포처럼 쏟아진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빗소리가 시끄러울 지경이다. 잠시 후 사무실이 정전이 됐다. 노트북 모니터만 밝게 빛났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종종 정전이 된다고 한다. 오늘은 급작스러운 폭우 때문인 듯하다. 우기 치고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고 한다. 


정전도 일상인 듯 다들 태연했다. 나는 잠시 밖에 나가 비오는 걸 구경했다. '언제 또 이런 폭우를 볼까' 하면서 나름의 낭만에 젖어 있는데 다른 주재원 들은 퇴근길 걱정이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어김없이 반지르(banjir, 폭우로 인해 도로에 생긴 물 웅덩이)가 생겨 정체가 심해진다는 거다. 


그런데, 폭우는 길지 않았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날씨가 멀쩡했다. 통상 우기에는 거의 매일 비가 오는데 오후나 밤에 오고 오전에 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한국처럼 길게 오지 않는다(길어야 1시간 정도...). 비가 오면 피해 있다가 그친 후 다시 가면 되기 때문에 우산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벌써 퇴근시간 


공장을 한 바퀴 돌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요 업무를 파악하고 나니 하루가 다 갔다. 여기는 8시 출근, 5시 퇴근이다. 마지막 회의를 끝내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6시가 다 되었다. 퇴근길에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은 기도 음악이 들렸다. 역시나, 오후 폭우의 여파로 퇴근길 정체는 심했다. 9시가 다 되어 호텔에 도착했다. 저녁 먹기도 귀찮은 시간. 호텔에 들어오니 더 나가기가 싫다. 호텔에서 준 웰컴 푸드로 대충 때우고 말았다. 


그렇게 인니의 첫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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