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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웅 Jul 19. 2018

항명의 날 2부 '윤석열의 선택'

"내 명예 문제가 아니다. 수사팀을 위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윤석열은 10월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팀장에서 배제됐다는 언론보도 다음날 열리는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자격으로 참석해야 했다.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각 지청장 등은 서울고검 국감에 응해야 했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에게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경위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에 나온 5만 6000여 건 트위터 내용에 대해 묻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윤석열이 국정감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조영곤과 충돌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검찰 수뇌부가 윤석열의 국감장 참석을 막았다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었다.

“국감장을 나가면 입을 안 열수 없다. 나 개인에 대한 명예 문제라면 내가 안고 가겠지만 수사팀이 고생해서 수사하고 있는데 모든 수사 과정이 위법한 것처럼 매도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윤석열은 측근들에게 이런 심경을 전했다. 윤석열은 마지막으로 조영곤에게 연락했다고 측근들은 증언한다. 공소장 변경에 대해 보고한 사실만 인정해주면 국감장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무산됐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중수부 폐지를 놓고 최재경 전 중수부장이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게 반발해 한상대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봉합된 검란(檢亂)이 불과 10개월밖에 안 지난 시기였다.


중수부 폐지를 놓고 한상대와 최재경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한상대 총장은 2012년 11월 28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 감찰 내용은 수뢰 혐의로 특임검사 수사를 받고 있는 검사에게 문자로 언론 취재 대응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 품위손상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비슷한 시기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에 대한 감찰이 진행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부장에 대한 대검 감찰은 검찰 내부에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검찰총장 직속 부대인 중수부의 수장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은 전례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최재경 부장은 반발했고 급기야 29일 당시 대검 차장이었던 채동욱 등 간부들이 한상대에게 용퇴를 건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한상대는 30일 사퇴했다. 5일 뒤 대검 감찰본부는 최재경에 대해 무혐의 처분 내렸다.


다시 윤석열로 돌아와서,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은 결국 선택했다. 항명의 주인공이 되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수사는 해야 하고 규정상은 제가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검찰 내부에서 인사상의 책임, 비난은 제가 감수할 것을 생각하며 결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불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한 것인데 이것이 마치 수사 자체가 전부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공소장도 아무런 재가 없이 직무 배제 결정에는 마음대로 임의로 했다는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이 안 나갔어도 저는 제가 모든 것을 안고 가려고 했습니다” 윤석열은 국감장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이진한 차장검사가 있는 자리에서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영곤 당시 지검장은 분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항명의 대가로 그는 지방 고검을 전전하게 됐다. 직접 수사 부서에서 배제된 그의 수사에 대한 갈등은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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