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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웅 Jul 20. 2018

특수통이 맡은 공안사건

특수통 vs 공안통, 갈등의 씨앗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단초였다. 이 사건은 2012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 국정원 심리정보국 요원들이 인터넷에 게시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같은 해 12월 11일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가 국정원 지시로 인터넷 사이트에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 쟁점화됐다. 경찰은 대통령 선거 사흘 전(2012년 12월 16일) 국정원 개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마지막 TV 토론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은 날 밤 11시 전격적인 발표였다.

사진은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촬영한 국정원 로고. ⓒ 연합뉴스

김씨에게서 임의 제출받은 데스크톱 본체 1대와 노트북 1대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 글과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선거가 목전이고 국민의 관심이 높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늦은 밤에 발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찰이 김씨의 포털사이트 로그인 기록 등을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결론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발표 3일 후 박근혜 후보는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 실무담당이었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2013년 4월 경찰 수뇌부가 국정원 수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경찰 수사 축소·은폐 혐의(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했다.


이 사건은 채동욱 검찰총장 지휘 하에 이뤄졌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격을 받은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권의 주요 관심사 일 수밖에 없었다. 잘못하다간 정권 초기부터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박근혜 정권은 무관심했다. 채동욱은 2013년 4월 4일 취임하자마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협의했다. 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담당팀장으로 윤석열을 지목하고 파견받기 좋게 수원지검 여주지청 지청장에 임명했다. 공안 사건 수사에 특수통 윤석열에게 팀장을 맡기겠다니. 채 총장은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은 윤석열 팀장 카드에 반대하지 않았다. 의외였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더저널

특수통인 윤석열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맡으면서 오래된 공안통과 특수통의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꼴이 됐다. 채동욱은 국정원과 관계가 깊은 공안통에게 수사를 맡기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로 인해 국정원과 검찰, 공안통과 특수통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검사는 수사 경력에 따라 특수통, 공안통 등으로 나뉜다. 정치인 비자금·경제인 수사는 특수부, 간첩·선거 수사는 공안부가 맡는다. 형사부(고소·고발 사건 담당)와 특수부(인지수사 담당) 검사는 구분 없이 부서 간 이동한다. 그러다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면 전문성을 인정받아 해당 분야만 전문 수사한다. 공안부는 다른 부와 달리 부서 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적다.


채동욱, 윤석열은 대표적 특수통이다. 윤석열은 채동욱과 인연이 깊다. 채동욱이 2006년 대검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함께 일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은 대표적 공안통이다. 황 장관은 대검 공안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냈다. 이 차장도 황 장관과 같은 길을 걸었다. 조영곤 서울지검장은 특수통도 공안통도 아닌 강력통으로 분류되지만 취임사에서 “종북세력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공안통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공안통 검사들은 간첩을 잡고 선거사범을 다룬다. 국정원과는 파트너다. 공안통 검사들에게 사건을 맡기면 그들의 관계에 수사가 묻힐 수 있다. 특수통은 같은 검사여도 성격이 다르다. 국정원과 앞으로 협업할 일도 없고 저돌적이다. 공안통 검사는 80%가 돼야 움직이지만 특수통 검사는 50%만 되면 돌진한다는 검찰 내 그들만의 평가가 두 계파의 성격을 보여준다.


윤석열은 정치적 파장, 국정원과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를 밀고 나갔다. 윤석열의 스타일이 그러했고, 채동욱 검찰총장의 뒷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수사 과정에서 번번이 공안통과 갈등을 빚었다. 국정원에 파견 간 검사들과는 원수 지간이 될 판이라는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임하자 민주당은 비슷한 시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소시효 만료일(6월 19일)까지 두 달 보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 연합뉴스

수사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국정원이 댓글과 사이버 대선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안통들이 협조를 요청했다면 다르겠지만 공안 사건에 대해 모르는 특수통들의 요청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공안통과 특수통의 갈등은 서로 다루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수통은 횡령, 배임, 뇌물 혐의 등을 주로 적용하지만 공안통은 특수통이 국가보안법, 선거법 등에 대해 얼마나 아냐며 공안 사건을 다뤘던 그동안의 검찰 내 관행과 판례에 맞지 않다고 맞선 것이다.


이런 갈등은 전문분야에서 종종 일어난다.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공정위원회와 형법을 주로 다루는 검찰이 이견을 보이다 종종 갈등을 겪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당시에는 윤석열이 국정원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으니 국정원과 파트너인 공안통들은 더욱 협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지검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국정원장을 박근혜 후보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야권 후보를 비방했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대통령 선거 직전 수사에 외압을 넣고 허위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결론짓고 기소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장관과 의견 조율 끝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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