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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웅 Jul 23. 2018

검찰 VS 국정원

국정원 문건이 말하는 압수수색 사전 조율 의혹  

검찰과 국정원. 두 기관의 충돌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3년 4월 30일 국정원 압수수색이었다.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가 진행될수록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보듯 뻔했다. 국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했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촬영한 국정원 로고. ⓒ 연합뉴스

남재준 원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부정적이었다. 당연하다. 원세훈 전 원장 시절 벌어진 사건인데다가 국정원에는 국가기밀이 많은 곳이니 달가울리 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장호중 감찰실장이 설득에 나섰다. 장호중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지 두달만인 2013년 4월 검사 신분으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지내다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임명됐다. 1급에 해당하는 국정원 고위직은 국정원 내부에서 국정원장의 측근이 맡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장 실장은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안팎의 이슈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내부에서 2013년 4월 16일 작성된 '검찰의 당원 압수수색 추진시 고려사항' 문건에는 '검찰이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을 감안,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밀 대처가 필요', '압수수색 실시 관련 장·단점 검토', '압수수색을 비롯하여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여타 돌출 의혹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 등이 있었다. 당시 국정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옆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 연합뉴스

이런 과정을 거쳐 남재준 원장은 압수수색을 수용했다. 법에 따라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판단하는 것인데 남재준 원장이 압수수색 여부를 수용했다는 것이 이상해 보일 것이다. 검찰이 대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기 위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이를 집행하는데 대기업의 허락을 받는다는 건 일반 사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은 사법부 위에 있는 것일까. 사실 국정원이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형사소송법 110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수용하니 마니 논의를 한 것은 국정원은 군사상 비밀을 보유한 기관이기 때문인 것이다.


법원도 2013년 4월 29일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일부 기각의 취지로 '먼저 이 영장 제시를 통해 해당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방법에 의하되, 자료의 보관 관리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위 방법에 의하여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을 허용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남 전 원장 등이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강제 처분의 최소화라는 원칙과 함께 국정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강제적인 영장 집행으로 인하여 자칫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직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찰이 수사를 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한 점과 국정원의 특수성 모두를 인정한 것이다. 법원의 이런 판단 때문이었을까. 남재준 원장 등의 공판에선 검찰과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놓고 사전 협의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전 조율이 있었다면 당시 팀장이었던 윤석열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전산센터 압수수색에 절대 응할 수 없다며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오전 10시 시작된 압수수색이 12시간이 넘도록 진척이 없어 검찰이 철수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재미있는 것은 '압수수색은 국정원·검찰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 '검찰과 수사 조율 핫라인 구성, 압수수색 시기·대상·방법 결정', '압수수색 대상은 경찰 수사 범위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국한', '압수수색 대상은 경찰 수사 범외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국한', '압수수색 방법은 정해진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전달하는 방식' 등의 내용이다. 국정원이 압수수색 범위 등을 놓고 검찰과 사전 협의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서들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더저널

윤석열이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의 적폐수사에서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몰아붙일 때 "국정원 파견 검사들이 압수색 대상을 축소하는데 관여했고 심지어 가짜 사무실을 만드는데 협조했다"며 공안 검사들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변창훈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만약 검찰과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조율했고 조율 내용에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남 전 원장 등이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1심 재판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압수수색 대상을 놓고 사전 협의를 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공판이 진행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이 사전 협의했던 범위 이상을 요구해 남재준 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언론에선 남재준 국정원장이 전산센터 압수수색에 절대 응할 수 없다며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했다고만 알려졌다. 오전 10시 시작된 압수수색이 12시간이 넘도록 진척이 없어 검찰이 철수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이런 증언이 나온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이 사전 협의했던 범위 이상을 요구해 남재준 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과 국정원 사이의 사전 협상을 했는지 여부를 인정하진 않았다. 2심에서도 변호인단이 이를 문제 삼을 예정이어서 이 부분은 다시 논쟁이 될 전망이다. 


이런 환경에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2013년 6월 14일 원세훈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국정원법 9조(정치관여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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