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수많은 가정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저렇게 하니까 싸움이 나지' '저런 사람이랑은 돈을 줘도 못 살겠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참 편협한 생각이었죠.
저 또한 서른 중반을 넘기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사별, 새로운 가족의 생성, 아이와 만남을 통해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내 주먹만 한 뇌에서 나온 조그만 생각으로 누군가의 거대한 삶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주제넘은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
그 사람들이 만나 만든 가정,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그렇게 함께 이어지는 삶.
그 속에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그런 삶이어도 마음속의 진정함을 느끼며 사는 삶일 수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그럴듯한 삶이어도 메말라 가고 있는 삶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삶은 답이 전혀 정해져 있지 않죠. 답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 할 수 없습니다. 삶은 내게 제일 맞는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합니다.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있다면 공식대로 따라 하면 되겠지만 삶은 수학과는 정반대죠.
저는 여기에 "이런 경우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보다는 "저는 이런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려 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공감하실 거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겠죠. 브런치가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