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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프러스 Jul 25. 2022

마이셀프편:타인의 말에 함부로 상처입지 않으려 합니다

어떤 것에

비해서

느린 건가요


저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테트리스 맞추는 것처럼 빈틈없이 인생 계획을 세워두고는 합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생각한 블록이 나오지 않아서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때마다 좌절을 겪고 다시 계획 세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게임오버로 끝난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 인생의 속도는 보통보다는 많이 느린 편입니다. 회사도 늦깎이 신임이라 제 나이의 대부분은 저보다 한참 높은 직급이고, 결혼이나 출산 이런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느립니다. 그런데 무엇과 비교해서 제가 느린 걸까요? 나라에서 산출한 통계 '평균'에 비해 느린 걸까요? 그 평균보다 빠르거나 평균과 비슷하면 좋은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이 정도', '평균'의 늪에 빠져 살았습니다. '이 나이면 한글은 떼야지', '수학 점수가 평균은 나와야지', '대학은 가야지', '월급을 이만큼은 받아야지', '신혼집이 이 정도 평수는 되어야지' 이런 얘기를 집, 학교, 회사 어디에서든 항상 들어왔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다 보니 평균보다 훨씬 빠르거나, 느리거나 했던 저는 '일반적'이지는 않아 보였을 겁니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이직을 하면서 신입이 되다 보니 제 선배나 상사에게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너는 입사를 늦게 했으니 남들보다 몇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남들은 니 나이에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는데 넌 왜 아무것도 못했냐" 이런 이야기를 정말 악의 없이 하는 분들이 존재하더라고요. 저와 만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신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저를 평가한 겁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 제 가치관 이런 것은 고려치 않은 채 '일반적', '평균'이런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선배나 상사는 속도를 못 맞추는 제가 불쌍해서였는지  답답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재미로 던진 돌에 맞아 개구리가 죽을 수도 있는 말을 함부로 한 셈이죠.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그 말은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제 상태를 보며 훈수를 두는 격입니다. 정말 저를 생각해서 조언을 해주려 했다면 저와 충분한 대화와 공감 후에 했어도 됐을 텐데요.


어쨌거나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전 위축되고 상처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더 조급 해지죠. 빨리 승진해야 된다, 빨리 경력을 쌓아야 한다, 더 전문적인 일을 해야 한다, 더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제가 제 마음에 지옥을 만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스스로 별걸 다 만들죠.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나 봅니다.


저는 작정하고 제 인생 한 번 망쳐보려고 아무것도 안 하거나 선택을 늦춘 것이 아닙니다.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했죠. 제가 게을렀던 때도 있고 노력이 부족했던 때도 있고 운이 닿지 않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는 어떻게든 변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전 ENFJ이기 때문에 무한 긍정으로 계획을 세우거든요. 좌절이 찾아와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시 계획해서 재건하는 것이 저에게 잘 맞나봅니다.


그러니 그냥 던진 돌 같은 말에 함부로 상처입지 않으려 합니다. 제 손해거든요. 영양가도 의미도 아무것도 없는 말에 휘둘려 스스로 지옥을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저만의 속도가 있기 때문에 옆에서 아무리 잘 나가는 차가 있어도 그걸 따라잡겠다고 과속하지는 않으려고요. 빨리 가야 할 때는 빨리 가고, 천천히 가야 할 때는 천천히 가려합니다. 그리고 그 속도를 정하는 것도 온전히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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