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란 표현은 이미 나온 지 오래됐습니다.맘충이 너무 엄마만 콕 집어 비하하는 것 같고 몇몇 때문에 모든 엄마들이 비난받는 것 같아 듣기싫은 표현입니다만 실제 존재하는 독특한 에티켓을 가진 어머니들께는 그런 표현도 고급진 단어라 생각이 듭니다. 굳이 천불 올라오게 예를 들지 않아도 되겠죠. 특히올해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갈등이 큰 이슈가 되면서 극성스러운 부모들이 어디까지 영역을 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저도 그런 분들과 부딪힌 적이 몇번 있었는데요. 예전 직장에서 실제로 대학생인 자식을대신해서 학점 항의를 하는 부모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웬만해선 직원이 학부모한테 소리치는 일 없는데 그 전화는 온순한 저도 뚜껑이 열리게 하더라고요. 자식이 강의를 안 들어서 출석이 모자라는데 그것때문에 학점이 안 나와 졸업을 못하니 출석한 걸로 해달라고 따지는 부모한테 무슨말을 더하겠어요. (이런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억양도 고조되어 있습니다.)이가 바득바득 갈릴만큼 화가 났지만 원칙대로 한다고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전화를 끊었죠.
그런데말입니다. 제가 아이를 낳아보니 내 아이가 힘든 거 고통스러운 거 어려운 거 아무것도 안 하고 좋은 것만 하길 바라게 되더라고요. 불편하고 힘든 거 다 대신해주고 싶고 그저 온실속의 화초처럼 아무 위험 없이 품 안에 끼고 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맘충이라 불리는 그분들의 과도한 행위가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손해 볼까 봐 마음이 속상할까 봐 얼마나 걱정이었겠어요. 그게 내 소중한 자식 내 손으로 망치는 길임을 알기에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 걸 압니다. 제가 온도,습도,일조량,물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맞춰준다해도 온실을 나가는 순간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게 되겠죠. 그걸 알면서도 엄마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어느 아이
내 자식,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요. 임신 테스트기부터 초음파 사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모으고, 태어난 이후는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그러잖아요. 부모는 아이의 골수팬이라는 말이 딱입니다. 아이는 나만의 아이돌이죠. 개발새발 그려온 그림도 미술천재 같고 한글만 빨리 익혀도 영재가 아닌가 의심하고 부모란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이 모든건 내 아이 한정이죠. 다른 아이는 그렇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이잖아요. 내 아이 아니면 그저 '어느 아이'일뿐입니다. 그 아이가 몇 킬로로 태어났는지 걸음마는 언제 시작했는지 한글은 언제 읽었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고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죠. 친구 아이들 이름을 들어도 들어도 금방 잊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 '어느 아이'도 부모님에겐 내 소중한 아이가 됩니다.
카페 직원, 선생님 등등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이예요. 누군가의 소중한 아이돌입니다.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아이처럼 누군가도 같은 마음으로 정성스레 키웠을 거예요. 우리 모두 탄생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아이였잖아요. 자라면서 누군가는 어려운 삶을 살게 되고 비극을 맞이하게도 되고 여러 형태로 변해버리지만 그 속성은 소중한 존재임에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어떤 누구라도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겁니다. 우리 모두 '어느 소중한 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