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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프러스 Jan 13. 2024

불공평이 기본값인 세상

왜 나만 나락행 기차를 탔을까

나에게만

찾아오는

불행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쉬는 날에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뵈러 고향집을 오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승진을 하려 준비 중이었던 공부를 그만둘 수 없어 자투리 시간에도 공부를 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삶이 참 팍팍하고 메말라 있었습니다. 승진 시험에 합격하면 고된 투병 중인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며 악조건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죠. 그런데 정말 하늘이 장난이라도 치 듯 아버진 시험 이틀 전 세상을 떠나셨어요. 시험 당일이 발인일이었습니다.


세상이 원망스럽지도 않았어요. 갑작스레 닥쳐온 일에 원망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거든요. 왜 옛사람들이 부모의 죽음을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고통이라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심장이 무너져 내리더라고요.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회사에 복귀해서 게시판에 공지된 승진자 명단을 보며 '난 참 이런 조차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그깟 승진을 못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기가 막히게 인생 꼬는구나 싶어서였어요.


살다 보면 저처럼 운명이 심한 장난을 칠 때가 있죠.  원하던 대학이나 회사에  떨어지거나 이력서를 내는 족족 불합격할 때, 승진에 누락되거나 실직했을 때, 결별, 파혼, 이혼 또는 사별을 겪었을 때 수많은 좌절이 엮이고 엮여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 좌절 앞에 서면 가슴이 아프고 막막한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때는 그냥 나락행 기차를 탄 겁니다. 무슨 생각을 해도 좌절감, 상실감, 패배감이 드니까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게 찾아왔던 온갖 불행들을 모조리 찾아 총집합시켜 불행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보것없고 내 인생은 별 볼 일 없는 인생이었다 한탄하죠. '만약에'라는 생각에 고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때 만약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가 지금 이렇진 않을 텐데란 상상을 합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내 인생은 나락뿐일 거라는 두려움이 엄습하죠. 과거 데이터를 모아보면 앞으어떤 운도 바라지 못하고 실패만 남을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과 내 현실과의 괴리에 더 패배감이 들고 사람들이 나를 보며 패배자라고 할까 봐 그 시선이 두려워지죠. 문제는 나만 이런 나락행 열차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거예요.

왜 나만 운이 없고 이렇게 꼬이는 건지. 언젠가부터 조금씩 어긋나던 것이 어느 순간 보니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인생의 격차가 생긴 것 같아 더 큰 패배감을 맛보게 됩니다.


기본값이

불공평인

세상


런 패배감, 좌절감은 대체로 성실한 사람한테 찾와요. 게으르게 놀기만 하다가 이력서 썼는데 불합격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말죠. 그런데 잠 덜 자가며 놀고 싶은 거 참아가며 자격증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불합격하면 큰 좌절을 느니다. 보통 성실하면 보상이 올 거라 믿잖아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세상살이죠. 그 결과를 받았을 때 우린 배신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사실 세상이란 곳은 불공평한 게 기본이라 배신이고 뭐고 없는데 말이에요. 누구는 노력해도 안될 때가 있고 누군 어부지리로 좋은 걸 가져갈 때가 있죠.


불공평하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긴 아닙니다. 불공평이 기본이기 때문에 나에게 문제가 있거나 내 인생에 풍파가 거세서 지금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운은 꼬일 때도 있지만 풀릴 때도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이 느꼈을 거예요. 행이 오면 불행도 오고 즐거움이 있으면 고통도 있다는 걸요.


이미 과거가 된 일은 내가 아무리 이유를 찾고 발버둥을 쳐도 도망칠 수 없어요. '내가 이랬던 적도 있다', '렇게 고통이고 암흑일 때도 있었다'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도록 미래에 초점을 맞추길 바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때이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괴로움이 쉬이 사리 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만 반드시 이 어둠이 사라질 것 알기에 미래를 향하자는 단조롭지만 강한 말의 힘을 믿어봅니다.



(이 글은 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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