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하면 보너스를 주는 회사가 있다고?

by 바라

저는 부자가 되는 게 소원입니다. 그냥 부자 말고, 시간부자요. 시간 부자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꿈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꿈리스트엔 늘 시간부자가 기록되어 있고, 특히나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아들과 시간을 많이 갖는 게 꿈인 사람이 되었죠.


일하는 엄마는 늘 마음 한구석이 아려요. 제가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줘도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 꿈노트 한편엔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쭉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 부자가 되어 아이와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꿈일 정도로 시간에 대해 진심인 삶을 살고 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순이 있더라고요.


얼마 전 황금연휴를 보낸 어느 날이었습니다.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명절 앞뒤로 붙어 있어서 열흘이나 쉴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연휴라 일터에 나가지 않고 아이와 일주일 내내 붙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휴가처럼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마지막 날에만 미리 해둘 업무들이 있어서 아이가 낮잠 자는 동안에 잠깐 집 근처 카페에 나가 일을 잠깐 했거든요. 근데 그때도 마음 한편이 아리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한 게 자녀를 향한 사랑이구나. 이번 연휴 일주일뿐만 아니라, 10달을 함께하고, 또 10년을 꼬박 함께해도 저는 아마 못 해준 것만 기억할 겁니다. 부모란 원래 그런 법이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습니다.


“오노레는 누구든 모든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믿는다.... 직원들은 모두 늦어도 오후 5:30까지는 사무실에서 나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낭비하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나온 문장입니다. 건축회사를 운영했던 드웨인 오노레가 가치를 실제로 현실화하는 이야기죠.


많은 기업들이 ‘우리는 워라밸을 보장합니다’, ‘우리는 가정친화적인 기업입니다’ 등의 워딩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가치를 실현시키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오노레 기업은 그걸 이렇게 실천하더라고요.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고 이 가치를 실제로 실현시키는데 측정기준을 정한 거죠. 이 회사는 8:30에 출근해서 5:30에 무조건 퇴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급을 삭감하기 때문이죠. 제시간에 퇴근을 해야 보너스를 주고, 야근을 하면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회사예요.


세상에! 야근을 하면 보너스가 없는 회사라니요! 아니, 칼퇴를 해야 성과급을 받는 회사라니요! 이 제도 덕분에 회사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이직률은 낮아졌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죠. 성과급여를 받고 싶다면 칼퇴를 해야 하는데 칼퇴를 하려면 업무시간에 무조건 몰입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이 오너의 똑똑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칼퇴를 해야 보너스 수당을 받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연스레 야근이 없는 삶을 갖게 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일과 삶의 가치를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이 대목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는데, 이때부터 제 꿈을 좀 더 변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라면 ‘자녀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엄마’가 꿈이었다면, 여기에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시간의 개념을 넣어서 말이에요.


일주일이라는 시간의 단위로 제 꿈의 측정 기준을 만들어봅니다. 7일 중에서 4일은 일하고, 2일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1일은 나를 위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삶을 살자고 목표를 재정립했습니다.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일정이나 행사에 따라 조금씩 변경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정해놓은 기준이 있으니 마음이 훨씬 여유롭고 안정감이 생기더라고요. 예전엔 7일 내내 아이와 붙어 있어도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이렇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두니 일할 땐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할 땐 그 시간에 감사하며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의 미안함과 부족한 마음이 자꾸 떠오른다면 오노레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전 07화원래 진짜 시작은 추석 끝나고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