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 쓴 것처럼 미혼일 때 직장에서 결혼을 오래 한 선배들이 남편 흉을 보며 심지어 웬수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평생 남편과 연애하면서 지낼 수는 없을지 생각해 왔다. 선배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면 '너도 결혼해 봐라'라고 말하곤 했다. 한 마디로 결혼해 보면 연인처럼 지낼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정말 그런 걸까?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연인이 아닌 웬수로 살 수밖에 없는 걸까?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그 질문에 답을 정했다. 내가 한번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그리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막상 결혼해 보니 왜 선배들이 '결혼해 보라'라고 말하는지 바로 알았다. 일단 나는 혼자 자취를 오랜 기간 해왔다. 구 남자친구(현 남편)가 집에 놀러 오고는 했지만 내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었기에 그 정도는 괜찮았다. 오히려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럼 헤어질 일이 없이 항상 같이 있으니까.
하지만 항상 같이 있으니 정말 힘들었다. 집에 놀러 온 남자친구가 이제는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계속 같이 있다고 생각해 봐라. 처음에는 헤어지지 않아 행복하지만 나중에는 지친다. 내가 소중히 지켜오던 나만의 시간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평생 함께 지냈던 부모님과도 같이 있는 것이 편하지 않았는데, 다른 생활습관을 가지고 평생 살아온 남과 함께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고역이었다. 연애 때 절대 헤어지지 않고 같이 있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리는 건 시간문제다. 게다가 첫 아이 출산이라도 하고 나면 결혼 생활의 가장 큰 고비가 찾아온다.
결혼을 하는 사람의 인생은 아이를 출산할 때 대 역변이 시작된다. 아이가 없을 때는 모든 일을 내 의지로 내 힘으로 하고 안 할 수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그렇지 않다. 아이의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진다. 게다가 아이는 계속 깨서 울음을 터뜨리니 잠까지 부족해진다. 잠을 제대로 못잔날을 생각해 보자.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다. 한 마디로 컨디션이 아주 나쁘다는 말이다. 그러니 괜히 짜증과 화가 많이 난다. 그리고 계속 보는 사람은 아이와 남편뿐. 내 짜증을 아이에게 표출하자니 괜히 미안하고 게다가 아이는 말을 알아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남편에게 투사하게 된다. 그런데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싸울 수밖에. 피 터지게 싸우다가 결국에는 이혼까지 간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돌이 지나기 전에 이혼율이 가장 높다. 우리 부부도 첫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되던 2017년 이혼 위기가 찾아왔다.
일단 이혼 위기가 찾아왔을 때 상담을 시작했다. 개인 상담이었지만 부부 상담도 같이 할 수 있었다. 10회기가 끝나고 운 좋게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무료로 가족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혼 위기는 해결되었다. 상담사의 능력이 엄청나서 이혼위기를 해결해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둘이서 말하면 서로의 의견을 이해할 수 없어 싸우고 화를 내곤 했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제 3자가 있으니 현재의 상황을 객관화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화를 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 주니 타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서로가 아주 다르기에 그 다름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후 행복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는 강의도 듣고, 최성애 박사의 <소중한 인생을 함께하기 위한 가트맨식 부부 감정코칭 행복수업> 책과 존 가트맨 박사의 <우리 아이를 위한 부부 사랑의 기술>을 읽고 책에서 하는 대로 실천하며 사랑하는 부부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2020년도에는 아마노 히카리의 <아이의 두뇌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를 을 읽으며 시들해졌던 연애 세포의 마음을 다시 되돌렸다.
이상적인 아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하는 노력은 다음과 같다.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 '남편에게 관심을 갖기', '출근할 때 뽀뽀하기', '안아주는 등 스킨십 자주 하기', '남편 말 들어주고 다는 아니지만 원하는 것 해주기'다. 그렇게 내가 사랑을 표현하니 남편에게도 사랑이 돌아온다.
사실 그전에는 뭐든 먼저 받으려고만 했다. 남편은 다정다감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츤데레'라 말이 날카롭다. 물론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점잖지만 친절하지는 않았다. 아니다 싶으면 아니라고 말하는 등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친절했다. 하지만 사귀는 중 한 번씩 과하게 말을 날카롭게 쏘아붙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네가 말을 그렇게 하니까 속상하다고 그렇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만 했다. 남편은 왜 내가 먼저 해야 하느냐고 하면서 우리의 싸움은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내가 먼저 받으려고 하지 않고 먼저 사랑과 관심을 주니 남편은 달라졌다.
사람은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식물이다. 예쁜 꽃을 피우는 풀도, 맛있는 열매를 우리에게 주는 과실나무도 햇빛과 물이 있어야 꽃도 열매도 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걸 먼저 줘야 원하는 것 받을 수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남편의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내가 먼저 주자. 물론 처음에는 먼저주는 것이 많이 억울했다. 하지만 이렇게 결과물을 얻게 되니 억울하지 않고 기쁘다. 물론 먼저 줄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기대하거나 바라지 말 것. 내가 주는 것이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돌아올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죽기 전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는 주면 꼭 돌아온다. 그러니 천천히 기다리며 사랑을 줘보자. 게다가 사랑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먼저 사랑을 주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하고 행복했다. 그러니 먼저 사랑을 표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