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의 장점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바로 아이를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은 일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연주의 출산의 장점이 월등하기에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말은 유명하다. 자연주의 출산이란 무통, 회음부 절개, 관장을 포함해서 인위적인 의료 개입 없이 산모와 아이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방법을 말한다. 하지만 내가 출산 방법을 정할 2016년 당시에는 생소한 단어였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겠다고 출산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이와 나를 위한 출산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한 것뿐이었고 그것이 결국에는 자연주의 출산이었다.
처음에는 <울지 않는 아기> 동영상을 보고 조산원에서 출산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을 해야 '제대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나이가 30세가 넘고 초산이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의사가 없어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못하는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남편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어 조산원이 아닌 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내가 아이를 낳을 2016년도에는 서울에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이 두 개 있었다. 둘 중에 어떤 병원을 갈지 고민했다. 다행히 같은 직장에 다니던 동료도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이 있었기에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결과 동료가 추천한 여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에서 출산하기로 했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 다른 병원에 비해 금액은 상당히 많이 비싸다. 출산과정을 도와주는 인력이 많으니 인건비가 많이 들고 1인실을 사용하니 병실료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자연주의 출산 전문 병원으로 예약했다. 처음에는 비싼 가격에 주저했던 남편도, 지금은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 출산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자연주의 출산을 적극 추천한다. 게다가 이건 추가적인 장점인데 둘째를 낳으면 병원비용을 30% 할인까지 해주니 더더욱 추천한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 출산을 하면 회음부 제모, 관장, 무통주사를 안 한다는 건 그냥 기본이고 그것보다 더 큰 장점이 많이 있다. 첫 번째는 산부인과나 다른 모든 병원의 병실이 아닌, 호텔 같은 방에서 지낸다는 사실이다. 출산을 하러 일반 산부인과로 입원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출산 과정에 큰 방해를 받는다. 일단 병실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로 환자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인실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산모가 출산에 임박해서 많이 힘들 어 할 때 나는 쉬고 싶은 데 방해를 받을 수도 있고, 오히려 내가 다른 쉬고 싶은 산모들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은 1인실이 원칙이다. 다른 산모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침대는 병실의 1인용 환자 침대가 아니라, 커다란 킹사이즈 이상의 침대가 있다. 그 침대에서 처음에는 남편과 둘이서 둘째를 낳을 때는 첫째 아이와 호텔에 여행 온 느낌으로 편안하게 출산했다. 보통 일반 병원에서는 산모 병실과 진통을 겪는 방, 출산하는 방이 각각 다르다. 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입원했던 방에서 진통을 하고, 분만도 같은 방에서 이루어진다. 익숙한 공간에서 편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첫째를 출산할 때는 입원할 때 같은 방에서 출산을 하고 이동 없이 태어난 아이와 함께 지내다가 퇴원을 했는데, 병원이 이전하면서 출산을 하면 조금 더 작은 방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병원의 1인실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럽기에 괜찮았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의 다른 장점은, 아이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병원에서 출산을 하면 필연적으로 태어나자마자 아이의 검사를 위해 2시간 정도 엄마와 떨어져 있는다. 자궁 밖으로 나온 신생아는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아주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그런데 가장 친근한 엄마와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극도로 불안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배 위에 엄마의 살을 맞대고 있는다. 그리고 여타의 검사를 위해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놓지 않는다. 간단한 처치와 검사는 분만을 하는 방에서 다 이루어진다. 심지어 신생아실도 없다. 항상 아이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생아기에 엄마와 분리된 적이 없는 아이들은 쉽게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신생아시기에 엄마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지 않고 항상 엄마와 함께했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다.
다른 장점은,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 제왕절개 수술률이 낮다는 것이다. 나는 전직 대학병원간호사로 응급실에서 산모들이 입원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대부분이 다 자연분만이 진행이 안 되어서 진통은 겪을 대로 다 겪고 결국 응급 제왕절개를 위해 입원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분만장에 근무하던 동료 간호사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자신은 절대로 자연분만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아예 처음부터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진통은 다 했지만 결국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그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왜냐하면 일반 병원에서는 진통이 만 하루정도 지속되면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니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는 그 이상을 기다려 주어 제왕절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나는 진통을 2박 3일을 했다. 자궁문이 어느 정도 열리기까지 집에서 보냈던 만 하루를 빼고 병원에 입원해서 한 순수 진통 시간이 2박 3일이다. 보통 진통시간이 10시간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길었다. 아마 내가 일반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자연주의 출산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통을 1박 2일 했을 시점에 이제 아이의 상태를 봐서 아이가 힘들어하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수술을 해야겠다고 말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출산했던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은 기다려줬다. 아직 아이가 기다려주고 있다고, 아이는 괜찮으니 같이 힘을 내자면서 독려해 줬다. 그래서 무사히 자연주의 출산을 할 수 있었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도 제왕절개율이 낮지만 제왕절개를 하기는 한다. 어디 가나 응급상황은 있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산모와 아이가 위험할 때는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경우가 현저히 적다. 하지만 제왕절개도 일반 병원에서 하는 것처럼 하지는 않는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도 자연주의 출산한 산모들처럼 갓 태어난 아이를 탯줄을 자르지 않고 엄마의 배 위에 올려놓는 캥거루 케어를 시행한다. 비록 아이의 노력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주위의 도움으로 나왔을 뿐 아이 출산 이후의 과정들은 자연주의 출산한 산모들과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장점은 바로 산모가 자유롭다는 점이다. 일반 병원에서는 산모를 환자로 보아 태아 감시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진통 중에는 심지어 밥은커녕 물도 마실 수 없다. 하지만 자연주의 출산 전문병원은 다르다. 진통이 왔을 때는 진통에 집중하느라 물이나 음식을 먹고 마실 수 없지만, 진통이 오지 않을 때에는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다. 태아 감시 장비를 주렁주렁 달지 않으니 중력의 힘으로 아기가 산도로 내려오는 것을 돕기 위해 병실 복도를 가볍게 걸어 다닐 수도 있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온다.
자연주의 출산은 비용만 뺀다면 너무나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주의출산을 하면 산모를 환자가 아닌 그냥 하나의 인간으로 대우한다. 환자가 아니니까 불필요한 의료적인 처치 및 개입을 할 필요 없다. 임신과 출산은 병이 아니다. 임신과 출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류는 몇 세기동안 자연스럽게 출산하며 아이를 낳아왔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병원출산의 역사는 채 100년도 되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집에서 출산하고, 밭에서 일하다가 출산하는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서구화로 인해 가정 출산은 불결하고 돈 없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병원에서의 출산은 위생적이고 돈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