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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에 책이 내리면

-학교가 책 세상으로 변하던 즐거운 경험

by 북쉐퍼드

미국 유학 시절 너무 좋아하게 되었던 학교의 도서관 이야기를 했었어요.

오늘은 그 도서관에서 있었던 행사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Book Fair"라는 날이에요.
이 날 아침부터 자원봉사자로 가면서 어떤 활동을 하는 건지 궁금했는데, 우선 도서관이 이날은 완전히 서점으로 변신하는 날이었던 거예요.

20151012_141832.jpg?type=w580 위의 바퀴 달린 수레를 접으면 끌고 다닐 수 있는 큰 카트가 됩니다.


이 행사의 주관은 Scholastic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듯 바퀴가 달려있고, 가운데를 접으면 딱 닫혀서 끌고 다닐 수 있는 철가방 모양이 되는데, 바퀴가 4개니까 밀면서 이동하면 됩니다. 안에는 저렇게 책이 이미 담겨있어서 현장에서 바로 딱 열면 저렇게 즉석 책꽂이가 나오는 거죠. 위에 올려놓은 포스터나 책들도 다 출판사에서 가져오는 거고요. 처음엔 뭐하는 카트들이 저렇게 들어오는 걸까 했는데, 갑자기 저 카트들이 쫙쫙 열리면서 온갖 책들로 (안 그래도 원래 책들이 많은 도서관 안 이긴 하지만) 둘러싸일 때 그냥 평범한 장소가 서커스장으로 변신할 때처럼 가슴이 떨리던 기억입니다. (책들이 열리면서 "Show time~"하고 말하는 듯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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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예쁘게 만들어 놓은 책상 위에는 entertainment, science 등등 주제 별로 책들을 놓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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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여기는 monster 책만 따로 모아서 정리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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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Pete the Cat>이나, 저번에 한번 소개 한 작가이기도 한 Mo Williams의 <The Pigeon~> 시리즈도 오른쪽 위로 살짝 보입니다. 각 반마다 담임 선생님이 원하는 책 목록을 써 놓으면 반 엄마들이 그 반 학생들과 선생님에게 선물하는 개념으로 사서 학급문고로 넣어주기도 합니다.


20151013_154712.jpg?type=w580 까만 보드판에 학급별로 담임 선생님이 원하는 책 목록을 적어 하나씩 넣어놉니다.


밖에서는 이렇게 계산대가 준비되어 산 책을 바로바로 결제합니다. 사실 학교의 Fund Rasing 행사 중에 하나이고, (미국은 이런 기부를 받는 행사들을 공립 초등학교에서 많이 합니다. 아이들이 달리기 행사를 해서 달린 거리만큼 부모가 돈을 내는 Walkerton 뭐 그런 행사도 있었고요.) 좋은 책도 있지만 아이들을 혹 하게 만드는 책이나 장난감등 온전히 책에만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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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행사가 무슨 목적이든지 간에 어쨌든 평범한 도서관이 저 철가방들을 쭉쭉 끌고 와서 세팅하니까 갑자기 이런 화려한 책잔치하는 곳으로 변하는 것이 마치 서커스나 쇼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 하나는 언젠가 때가 되면 저런 철가방을 하나 만들어서 (물론 저거보다 작아야 보통 차에 실리겠지요) 영어도서관이 없는 동네의 꼬마 친구들에게 "영어책 시키신 분~~"하고 짠~ 하고 나타나 책도 읽어주고 영어도 소개해주는 (물론 책 팔지는 않고요) 그런 일을 한번 해본다면, 제가 했던 설레고 뭔가 마법을 보는 경험을 아이들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도 꿔봅니다.

하루 15분 책 읽기의 힘으로 유명한 Jim Trelease의 책에 보면 "Homerunbook"이란 말이 나오거든요. 일생에 딱 한번 취향저격을 한 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된다는 의미에서 쓴 말인데, 책을 보며 즐겁고 가슴이 설레는 경험을 한 이 하루가 어떤 아이에게는 책과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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