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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쉐퍼드 Mar 10. 2018

미국 초등학교에 책이 내리면

-학교가 책 세상으로 변하던 즐거운 경험

미국 유학 시절 너무 좋아하게 되었던 학교의 도서관 이야기를 했었어요. 

오늘은 그 도서관에서 있었던 행사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Book Fair"라는 날이에요.
이 날 아침부터 자원봉사자로 가면서 어떤 활동을 하는 건지 궁금했는데, 우선 도서관이 이날은 완전히 서점으로 변신하는 날이었던 거예요.

위의 바퀴 달린 수레를 접으면 끌고 다닐 수 있는 큰 카트가 됩니다. 


이 행사의 주관은 Scholastic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듯 바퀴가 달려있고, 가운데를 접으면 딱 닫혀서 끌고 다닐 수 있는 철가방 모양이 되는데, 바퀴가 4개니까 밀면서 이동하면 됩니다. 안에는 저렇게 책이  이미 담겨있어서 현장에서 바로 딱 열면 저렇게 즉석 책꽂이가 나오는 거죠. 위에 올려놓은 포스터나 책들도 다 출판사에서 가져오는 거고요. 처음엔 뭐하는 카트들이 저렇게 들어오는 걸까 했는데, 갑자기 저 카트들이 쫙쫙 열리면서 온갖 책들로 (안 그래도 원래 책들이 많은 도서관 안 이긴 하지만) 둘러싸일 때 그냥 평범한 장소가 서커스장으로 변신할 때처럼 가슴이 떨리던 기억입니다. (책들이 열리면서 "Show time~"하고 말하는 듯했지요.)


알록달록 예쁘게 만들어 놓은 책상 위에는 entertainment, science 등등 주제 별로 책들을 놓았는데요.

카테고리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여기는 monster 책만 따로 모아서 정리를 했네요. 

초등 저학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Pete the Cat>이나, 저번에 한번 소개 한 작가이기도 한 Mo Williams의 <The Pigeon~> 시리즈도 오른쪽 위로 살짝 보입니다. 각 반마다 담임 선생님이 원하는 책 목록을 써 놓으면 반 엄마들이 그 반 학생들과 선생님에게 선물하는 개념으로 사서 학급문고로 넣어주기도 합니다.


까만 보드판에 학급별로 담임 선생님이 원하는 책 목록을 적어 하나씩 넣어놉니다.


밖에서는 이렇게 계산대가 준비되어 산 책을 바로바로 결제합니다. 사실 학교의 Fund Rasing 행사 중에 하나이고,  (미국은 이런 기부를 받는 행사들을 공립 초등학교에서 많이 합니다. 아이들이 달리기 행사를 해서 달린 거리만큼 부모가 돈을 내는 Walkerton 뭐 그런 행사도 있었고요.) 좋은 책도 있지만 아이들을 혹 하게 만드는 책이나 장난감등 온전히 책에만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요.




저는 이 행사가 무슨 목적이든지 간에 어쨌든 평범한 도서관이 저 철가방들을 쭉쭉 끌고 와서 세팅하니까 갑자기 이런 화려한 책잔치하는 곳으로 변하는 것이 마치 서커스나 쇼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 하나는 언젠가 때가 되면 저런 철가방을 하나 만들어서 (물론 저거보다 작아야 보통 차에 실리겠지요) 영어도서관이 없는 동네의 꼬마 친구들에게 "영어책 시키신 분~~"하고 짠~ 하고 나타나 책도 읽어주고 영어도 소개해주는 (물론 책 팔지는 않고요) 그런 일을 한번 해본다면, 제가 했던 설레고 뭔가 마법을 보는 경험을 아이들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도 꿔봅니다.

하루 15분 책 읽기의 힘으로 유명한 Jim Trelease의 책에 보면 "Homerunbook"이란 말이 나오거든요. 일생에 딱 한번 취향저격을 한 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된다는 의미에서 쓴 말인데, 책을 보며 즐겁고 가슴이 설레는 경험을 한 이 하루가 어떤 아이에게는 책과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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