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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쉐퍼드 Feb 22. 2018

왜 강아지들은 도서관에 왔을까?

-어린이들의 독서 자신감 프로젝트 "Reading to Dogs"

미국 생활을 할 때 도서관을 주 2-3회 정도는 반드시 갔었습니다.

아주 부지런하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수영을 배우는 YMCA 바로 건너편에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이죠.

화요일 밤마다 도서관을 갔었는데, 이상하게 강아지들이 잔뜩 도서관을 오는 날이 있더군요.

"도서관에 웬 강아지?"

그런데 가만 보니 강아지들이 앉아있고,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는 겁니다. 

바로 "Children reading to dogs"라고, 어린아이들이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바로 요 프로그램이었지요. (오늘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미국서 거주한 몇 년 전 프로그램인데 아직도 있네요.)


http://creaturesandkids.org/metropolitan-library-sponsors-children-reading-to-dogs/

위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강아지가 아주 얌전하게 앉아있고, 

어린이가 도서관 바닥에 맨발로 척 하니 주저앉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고 있는대요.

이 단체에서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이렇게 홍보합니다. 

This program is very relaxing, and you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see children develop their reading skills. (이 프로그램은 아주 편안하고 어린이들이 독서능력을 향상하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있는 날밤 강아지 주인들은 (이때 강아지들은 미리 훈련을 일정 시간 이상 받아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어줄 때 옆에 가만히 앉아서 아주 얌~전히 듣습니다.)

유치원을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갔던 저의 아들들은 당시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던 상태입니다.

제가 일도 하고 있었고 나름 둘째였던 지라 할 때 되면 하겠지 하고 별로 문자학습을 많이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가는 종일반 유치원에서 주 2회 있는 영어수업이 있었지만 영어에 익숙하지도, 기본 적인 단어를 읽지 못하는 상태로 미국을 갔습니다. 오죽하면 일 년쯤 지나 그러더라고요 "엄마 저는 처음에 미국에 가서는 선생님이 How are you? 해서 절 혼내는 줄 알았어요" 이 말을 그 당시에는 하지도 못하고 일 년이 지나고 나서야 털어놓는 게 맘이 아프더라고요. 암튼 이런 아이들이었기에 영어 때문에 참 고생 아닌 고생을 했어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은 저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효과적이었지요. 


처음에는 단어 하나 적혀있는 그런 책들을 가져와서 읽어주더라고요. 

그래도 못 읽겠다고는 안 하고 굉장히 읽어주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놀라운 것은 집에서 책 읽기 연습을 하게 된 거예요. 

강아지가 보기 좋게 책을 저렇게 해서 읽는 연습을 하더군요. 


이건 미국 생활 2년 차 사진입니다. 조금 더 자신 있게 책을 읽어주네요. 글밥도 길어졌습니다.

손에 든 책은 파닉스를 끝낸 아이들이 책에 빠져 빠져하게 해주는 Robert Munsch(로버트 먼치)의 책입니다.

(다음에 꼭 소개를 할 것입니다.)

우리 견공(이름을 까먹었네요)도 흐뭇하게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이 아이는 미국이라는 영어의 바다에서 생활했고 영어실력이 강아지에게 읽어주는 것만으로 늘지 않았다는 것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요. 다만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아주 의미 있게 했다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 경험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의 읽기 능력은 아주 완벽한 독서를 할 수 있는 그 경지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한 글자 더 읽고, 어제보다 한 뜻을 더 이해하는

한발 한발 나아가는 오늘도 정말 소중하고, 그 과정을 격려하고 붇돋아줄 때 

더 큰 Reader로 성장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을 배웠으니까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을 만나면 거의 말합니다. 자긴 영어 못한다고..

그럼 저는 말하죠 나는 6학년 때 환타도 못 읽었다고.. 

넌 지금 너무 잘 하고 있다고 중요한 건 그냥 계속 꾸준히 재밌게 하는 거라고요.

영어는 재능이 없는 아이, 못하는 아이. 다 없습니다. 그냥 많이 안 한 아이만 있을 뿐이지요.


미국에서 돌아와서 어린아이들에게 소리 내 읽기를 독려하고 싶을 때,

이 강아지가 정말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대신 저는 인형을 하나 준비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 친구(이름도 붙여줍니다)와 책을 같이 읽을 거라고,

제가 먼저 한 권 읽어주고, 아이들에게도 한 권 읽어달라고 합니다.

이 말도 안 되는 활동은 제법 잘 먹히더라고요.

틀릴까 봐 겁나서 입을 떼기 어려워하는 친구도,

선생님에게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까막눈 내 친구 인형을 위해 읽는 거라고 하면 흔쾌히 읽어주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혹시 소리 내 읽기를 겁내는 친구가 있다면
강아지나 인형을 놓고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떻게 읽어도 괜찮다..
너는 분명 잘 읽을 수 있겠다
하는 그런 믿음이겠지요.
-2018 나유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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