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난 안핑 제1공동묘지와 도시 재개발
안핑安平은 타이난에서도 서쪽 외곽에 있는 지역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소유였지만 정성공 세력이 접수한 요새인 안핑고성이 대표적인 랜드마크일 만큼, 바다와 가깝고, 그래서 다민족의 역사가 얽힌 각축장이기도 했던 대만의 근대 이전 역사를 증언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핑으로 향할 때 목표는 이 같은 랜드마크 공간들이 아닌, 공동묘지였다. 이곳 안핑 제1공동묘지는 이미 2월부터 더워지는 날씨에 다른 코스들을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꼭 가려고 마음을 먹고 간 곳이기도 했다. 이곳은 우연히 지도를 통해 여행지 일대를 살펴보던 중,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가게 된 곳이었다.
묘지는 지도에서 보던 것, 그 이상이었다. 대만의 묘지 특징일지도 모르지만, 묘지에는 그 사람 또는 가문의 성(부부 등의 경우 가부장의 성)과 본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명이 표기되어 있고, 집 같은 형태에 죽은 사람에 대한 정보가 직/간접적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도교 신상, 그리고 종이로 만든 의례용 가짜 돈 등을 태울 수 있는 화로가 있다. 무덤으로 뒤덮인 언덕 꼭대기에 사람들이 오는 것이 보이지만, 길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언덕에서 성묘를 온 일행을 굳이 따라가 보지 않더라도, 어떻게 죽은 자를 기억하는지를 무덤은 이야기해주고 있다. 본적과 성, 무덤의 형태 등을 통해 무덤까지 찾아가고, 도교의 제례 방식대로 죽은 자가 사후에 머무를 수 있는 집과 무덤을 손보고, 종이 돈을 태워 보내며 죽은 자가 사후세계에서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 흔적들은 무덤 앞에 남은 꽃다발, 타고 남은 향 조각, 화로에 남은 지전의 타버린 조각 등을 통해 확인된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현세와 사후세계의 경계를 넘어 돌봄이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그렇듯 무덤에 남은 꽃과 태워진 향 조각 등을 보면 무덤이 얼마나 오래 전에 버려진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살아있는 이들이 찾아오는 곳인지가 보인다. 오래 전에 버려진 곳들은, 죽은 이를 위해 만든 집 모형이 깨져 있거나 화로가 쓰기 어렵게 되어버린 곳도 많다. 어떤 묘들은 기존에 시신을 매장하고 덮어둔 포장을 벗겨내고 이장을 하거나 화장을 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버려진 무덤들 언저리에는 화장을 알리는 홍보 문구가 붙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덕의 다른 무덤들을 지나, 가족의 무덤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언덕 하나가 통째로 무덤들에 덮이기까지 오랜 시간 수많은 망자, 그리고 유가족들을 통해 만들어진 이 공동묘지는 이제 시 정책에 의해 더 이상 새로운 매장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부 문화유산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에 외곽이던 이곳 근방으로 타이난 시의 행정타운이 들어서고 신시가지, 고급주택단지 등이 개발되면서 생긴 현상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도시가 커지고, 거주민의 계층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 공동묘지는, 그리고 이곳에서 영면을 취하고 있는 망자들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안핑 지역이 타이난 지역에서 또 하나의 중심 지구, 신시가지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죽은 이들은, 살아 있는 이들의 이동처럼, 또 다른 주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무덤은 유가족과 낯선 이에게 죽은 자에 대해 말하기도 하지만, 시가지의 확장과 개발을 마주한 무덤'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도시 사회, 그리고 다가오는 갈등의 그림자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