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ue is there!
어려서부터 내 꿈은 문방구 사장님이 되는 것이었다.
비록 사장님까지는 되지 못하였으나,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학원가에 있는 문방구에서 하게 되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토요일 아침. 여느 날과 같이 문방구로 출근을 했다.
"Hi"
키 큰 백인 청년이 웃으며 가게로 들어왔다. 그리곤 내 앞에 섰다.
'이런, 나는 영어를 못 하는데 어쩌지?'
애써 손님의 눈을 피하며 모르는 척하고는 있지만, 한 가게의 직원이 손님을 끝까지 모르는 척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의 준비를 하며 그의 입이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싸장님, 풀 어디 있어요?"
'풀? 풀을 찾는 것인가? 어라, 근데 나 저자의 말을 알아듣고 있어!'
외국인의 말을 알아듣는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며 재빨리 눈으로 풀의 위치를 찾았다.
이제 영어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풀은 영어로 glue. 그렇다면 문장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아, 네가 찾는 풀이 딱풀이냐, 물풀이냐를 먼저 물어봐야 하나? 딱풀은 영어로 뭐지?'
짧은 시간 동안 온갖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하지만 입은 뇌보다 빠르다. 정리되지 않은 문장이 먼저 튀어 나갔다.
"Glue is there"
백인 청년은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가 초록색의 딱풀을 하나 집어 왔다.
"이거 얼마죠?"
그리고 유창한 한국말로 가격을 물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