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젠가는 끝난다.
다만 그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 하자.
끝이 지나가고 난 후 남아있는 마음의 찌꺼기가 없어야 한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마지막 인사는 쿨하게 하고 돌아서자.
시간이 지나고 한 번씩 찾아오는 기억은 미련이 아닌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심을 다하자.
그대에게 가는 길 / 백무산
그대에게 가는 길은 봄날 꽃길이 아니어도 좋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새하얀 눈길이 아니어도 좋다
여름날 타는 자갈길이어도 좋다
비바람 폭풍 벼랑길이어도 좋다
그대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그대는 그곳에서 그렇게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일렁이는 바다의 얼굴이다
잔잔한 수면 위 비단길이어도 좋다
고요한 적요의 새벽길이어도 좋다
왁자한 저잣거리 진흙길이어도 좋다
나를 통과하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지우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베어버리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꽃을 들고 가겠다
창검을 들고 가겠다
피 흘리는 무릎 기어서라도 가겠다
모든 길을 열어 두겠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하나를 일 수 없다
길 밖 허공의 길도 마저 열어두겠다
그대는 출렁이는 저 바다의 얼굴이다
나는 배웠다 / 샤를 드 푸코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 간 뿐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