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림

우리가 육아할 때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꿈

by 홍작가

아내는 내게 물었다. '너무 지루하지 않으냐고'. 고된 육아는 때론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묻게 한다. 기꺼이 육아와 살림을 자처한 내게도 이런 순간은 늘 다가온다.


우리 부부는 늘 같은 꿈을 꾼다. 늘 함께 한 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즐기는 그런 삶. 이 꿈이 우리의 삶에 의미가 되어준다. 내 삶의 의미는 내 아내와 함께 꾸는 꿈에 있다. 우리는 그동안 함께 육아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의 구조, 가족이 함께 타고 싶은 차, 아이들의 교육은 어떻게 누가 맡을 것인지, 주말은 함께 어떻게 보낼 것인지 등에 대해 상상하며 구체적으로 그렸다.


매일 머리맡에 우리가 그리는 삶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찾아 프린트하여 놓고 자기 전에 또는 일어나서 꺼내보았고,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가슴 설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우리 꿈은 그렇게 시작됐다.


세상은 무서웠다. 부모가 되니 삶의 명암이 뚜렷하게 보였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 먹는 것 하나부터 입는 것 그리고 심지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어른들의 눈높이에만 맞춰져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의 것들은 없었다. 마트의 사탕 하나까지도 오로지 돈에 눈먼 어른들의 속임수 같았다. 이 세상은 부모라는 필터가 반드시 필요한 듯 보였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주인공 '마이클'이 열악한 빈민의 환경 속에서도 마약과 범죄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는 비록 약물중독자였지만 자식인 '마이클'을 사랑했던 엄마 덕분이었다. '마이클'의 엄마는 늘 끔찍한 사건과 사고가 눈앞에서 벌어질 때마다 어린 '마이클'의 눈을 가려주곤 했던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이 세상의 기준에 맞지는 않지만 우리가 그리는 그림에는 딱 맞아 보였다. 아내는 일을 하기로 했고 나는 집에 남아 살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외벌이도 모자라서 남자가 살림이라니. 어떻게 보면 살림은 남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더 많다. 일단 체력과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살림은 삶의 터전을 가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보람도 크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직 애정을 바탕으로 한 부모만이 그 일을 온전히 잘 감당할 수 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버지는 35년 정년퇴임식을 하기 위한 출근 마지막 날 아침에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하셨다.


수고했어.


그 말의 의미는 살림이라는 노동에 대한 단순한 인정이 아닌, 함께 삶을 이끌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었을까.


누가 경제활동을 하든 부부는 한 팀으로 가족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로만은 부족하다. 늘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꿈'이라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그 이정표에 따라 필요한 것들이 결정되면 우리의 삶은 서서히 호흡하며 목적지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나와 아내가 바쁘고 힘든 삶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런 삶을 택한 이유가 서로 같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 아내와 나는 서로를 보며 이야기한다.

바쁘지만 생기 있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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