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육아가 어려운 이유

육아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일뿐

by 홍작가

아버지보단 엄마

나는 아버지보다는 엄마가 더 친숙하다.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 엄마의 따스한 말투, 포근한 가슴,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듯한 고개 끄덕임과 공감 등이 내게 짙게 배어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어머니'보다는 '엄마'라는 호칭이 더 좋다. 엄마라는 이미지가 가진 느낌과 의미는 여전히 마음의 안식처 같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불안할 때는 엄마라는 이름이 그리울 때가 있다. 엄마가 내 삶의 대부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엄마가 가진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다. 늘 우리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내가 어린 시절에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아쉬워하신다. 요즘 아빠들은 어떻게든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쓰지만 82년 생인 나의 어린 시절 아빠들은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짐꾼'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용산으로 출퇴근을 하셨는데, 차가 막힐 까 봐 늘 6시에 출근하셨다. 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아버지를 출근시켜드리고 다시 잠든 엄마의 숨소리만이 집안을 가득 메웠다. 아버지는 내게 이름으로만 존재했다.


요즘 남편들은 과거의 우리 아버지들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육아에 가담한다. 밖에만 나가봐도 아장아장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를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힙시트를 하고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들도 눈에 띄게 많다. 이제 힙시트는 아빠 전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에게 육아는 큰 부담이다. 고통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진통제가 손에 없으면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해하듯 엄마가 없는 육아는 또한 불안 그 자체다. 아빠 혼자서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가끔 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칭얼대기 시작하면 다급히 아내를 찾는다. 다행히도 아내가 재택근무라면 안심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말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당황하지 않을까. 심지어 육아에 꽤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하려는 '초보 아빠'들은 오죽할까.


남자에게 육아가 어려운 이유

우리는 주로 엄마 손에 컸다. 아빠의 손길을 태어나서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그 손길의 부재가 내게 경험과 느낌으로 남아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에 '남자는 육아하기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에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으니 감히 '아빠 육아'를 상상하기 힘들다. 집에서 직접 육아를 도맡아 해 보니 더 확실하게 알겠다. 내가 둘째를 재우고 둘째를 위한 이유식을 만든다. 첫 째는 아빠의 이런 육아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둘째 역시 엄마보다는 자주 안아주고 재워주는 아빠를 조금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나 역시 내 성별을 떠나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느껴질 뿐이다. 아이를 대하면 대할수록 느껴지는 아이를 향한 나의 애정은 엄마의 모성애로 착각이 들 만큼 애틋하다. 나는 아빠지만 '내가 곧 엄마다'라는 상상이 가능했다. 전부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 덕분이다. 육아는 부모라면 누구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

육아의 핵심은 다른 것이 아닌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육아에 왕도는 없었다. 많은 육아서가 최고의 육아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다. 내 아이에게 맞는 육아는 오직 그 아이의 부모만 안다. 왜냐면, 아이와 뒤엉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부모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대체 불가다. 보통 엄마들이 육아에 천부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살을 맞대며 애정을 가지고 아이의 요구사항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했고 바로 엄마,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떼를 쓸 때 엄마가 콧소리를 내며 아이를 달래는 모습은 엄마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려는 노력에서 자연스레 익혀진 태도이다. 나도 내가 잠들기 어려워하는 둘째를 달래며 '우쭈쭈' 하는 콧소리가 나올 줄 몰랐다. 육아는 결국 경험의 소산인 것이다. 남편이 육아를 단지 '돕는 일' 혹은 적성에 관한 일로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함께 육아를 하는 아내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 육아는 시간과 노력이다. 하면 할수록 분명히 는다.


나는 30대에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아버지와 마치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이제 70세를 바라보신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우리 아버지는 돈을 버셨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은 벌지 못하셨던 것 같다. 내가 아이들을 아빠 입장에서 손수 길러보니 그 어떤 시간보다도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들을 기르는 작업이 아닌 함께 살아가며 애정과 추억을 쌓아가는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육아, 두려울 것이 없다.


답은 시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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