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운 당신에게
채식러, 여러분은 진정한 위너!
채식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막상 채식을 시작하려니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누군가 함께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더 부담스럽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평생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동물성 음식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고, 채식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의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세상에 나 혼자, 유행하는 말로 '아싸(outsider)'처럼 구는 것 같아서 좀 민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막상 시작한다고 해도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렇지만 채식을 나름 오래 지속해 본 결과 채식을 시작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러분은 모두 진정한 세상의 '위너(Winner)'라고. 채식은 자연의 자녀인 '나'와 내 몸의 어머니, '자연'을 지키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치 있는 문화적 재산이기 때문이다. 많은 정부와 기업이 자연을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상을 뒤바꾼 모든 혁명은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일어났다. 그 발걸음의 시작은 시민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파급력은 점차 커져 나라의 운명을 한 순간에 바꾸었다. 채식을 시작하는 여러분이 세계를 넘어 인간의 생존과 지구의 존속을 결정짓는 횃불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성 식품의 주류에서 벗어나 채식으로의 독립을 외치는 것은 굉장히 외롭고 때론 힘든 일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연히 고개를 숙인 자리에 작은 네 잎 클로버를 찾아내듯 어느새 좋아진 몸과 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동기부여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의 소비를 부추기는 상업적인 마케팅의 구호가 마치 진실인 듯 들리겠지만 절대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옳았다는 신념을 갖게 될 것이다.
채식을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채식을 하는 일 자체가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변엔 온통 동물성 음식을 파는 곳과 채식에 대한 불분명한 정보들이 넘치기 때문에 채식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몇 가지 팁으로 남겨 도움이 되고자 한다.
연애는 글로 배우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의 관계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나 채식은 반드시 책으로 배워야 한다. 우리 몸은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작동원리는 누구나 다 같다. 책으로 배워도 된다. 우리가 어두운 동굴 속에 들어가기 겁내 하는 것은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채식도 음식과 우리 몸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조금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며칠만 해봐도 몸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느껴지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로 더욱더 채식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래서 채식의 시작은 '책'이다.
우리 집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채식에 관한 책들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책들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핵심은 거의 다 동일하기 때문이다. 내가 채식을 처음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책은 바로 '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이다.
이 책은 다이어트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이어트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대로 실천만 하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기 쉽고 단순하게 쓰여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명료하게 적혀있다. 더욱이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음식을 통해 치료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에 더욱더 신뢰가 간다. 미국에서 150만 부가 팔렸다는 사실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이 일반 다이어트 책과 다른 것은 우리 몸과 음식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용기 있고 양심 있는 학자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자본의 힘 앞에서 홀로 진실을 외치고 있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 됐고 왜곡된 모든 영양의 정보를 바로 잡는다. 특히 자연적인 탄수화물 섭취를 강조하는데 이는 세상이 이야기하는 '탄수화물이 살을 찌게 한다'는 통념에 대한 반박이다. 실제로는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고 식이섬유와 함께 섭취하게 되는 자연 탄수화물 음식(예를 들어 다양한 채소와 과일 등)은 오히려 살을 빼주는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이런 음식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다이어트에 관한 세상의 정설과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왜냐면, 실제로 나와 내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음식에 대해 그리고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가. 나도 그랬고 거의 전무하다. 아직도 힘을 내는데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면 영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채식이 두려운 이유는 확신이 없어서다. 이 확신은 지식과 실천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상호작용하여 깨달음이 생기고 이 깨달음이 동기부여를 한다. 이 책정도 한 권을 가지고 있으면 마치 백과사전처럼 틈날 때마다 꺼내어 불확실한 정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채식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은 지금도 제일 많이 손이 가는 책이다.
채식을 하다 보면 관성에 의해 다시 예전에 먹던 음식이 그리워지고 먹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나도 채식 초반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심지어 가공식품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던 것 같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동물성 음식에 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다. 먹고 싶은 생각 또는 먹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이 너무나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계속 채식을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면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그 끝은 생각보다 더 좋을 테니까. 채식을 하는 도중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이렇게 해보자.
1. 잠시 참아본다. 배가 고프거나 혹은 지루함을 느껴서 그럴 수도 있다. 음식 섭취는 습관이다. 그리고 나의 감정과 상황에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어디를 가면 꼭 삼겹살을 구워 먹었듯이. 잠시 참아 보고 그 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객관화하는 방법이 있기도 한다. '나는 지금 고기가 먹고 싶구나'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 경험상 이건 도움이 안 된다. 먹고 싶은 건, 먹고 싶은 것이다.
2. 그래도 먹고 싶으면 나는 먹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많은 양을 먹는 것보다는 적당히 먹어보는 정도에서 그쳤으면 좋겠다. 일단 동물성 음식에 대한 욕구를 가라 앉혀서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
3. '푸드 피드백' 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동물성 음식을 먹고 나서 몸에서 느껴지는 나의 반응을 반드시 확인해보았다. 이것을 '푸드 피드백'이라고 스스로 부르는데, 이 작업을 거치면 다음에 그 음식이 생각나 먹고 싶을 때 스스로 거부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나는 아내와 이것에 대해 늘 이야기했다. 결과는 늘 좋지 못하다. 각종 조미료와 동물성 음식재료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내 상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채식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분명 동물성 음식을 다시 먹었을 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끼는 나의 입맛을 알 수 있다.
채식은 긴 과정이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아도 된다. 동물성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먹고 나서 느껴지는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채식은 못 먹어에서 안 먹어로 가는 과정이다.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버터가 들어가거나 유제품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느끼하고 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먹을 수가 없다. 채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면 이런 무수한 '치팅'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괜찮다'라고.
* Cheating(치팅): 비건 혹은 베지테리언들이 가끔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경우를 가리킨다. 베지테리언들이 '오늘도 치팅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마치 '치팅'을 즐기 듯이 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채식은 단순한 다이어트 요법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무겁게만 바라봐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편리한 대로 해석하거나 행동한다면 스스로를 베지테리언 혹은 비건이라고 이야기 어렵지 않을까.
채식에 완전히 정착하는 일은 사실 너무 힘들다. 혼자라면 더욱이 그렇다. 내면과 외부에서 오는 유혹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 아내는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 최대한 동물성 음식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고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게 한다고 해도 찌개나 국에 들어가는 동물성 육수(멸치육수 등)는 먹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아예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동물성 음식이 들어간 것을 먹을 수 밖에는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 걸러내지만)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동물성 식재료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집에서 음식을 직접 해 먹지 않는 한 동물성 식재료를 먹지 않을 방법이 없다. 마치 외식을 하면 화학조미료를 피할 수 없듯이. 그렇기 때문에 몇 번 어쩔 수 없이 또는 그런 음식이 생각나서 동물성 음식을 먹은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다.
채식은 세상에 대한 태도이다. 채식은 원래 이 세상에서 불편한 식습관이다.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채식에 대한 나의 가치관과 원칙이 바로 서있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거리낌 없이 채식하라. 처음에는 이것도 저것도 먹지 말자고 결심하고 따르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여러분이 채식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조금은 융통성을 가져도 괜찮다.
가공식품의 폐해는 은밀하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더 문제다. 우리 입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둔감시키고 맛에 대한 편견을 일으킨다. 우리가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 때 굳이 길거리 포장마차의 떡볶이 맛을 흉내 내려 애쓰는 걸 보면 조미료가 우리의 입맛을 얼마나 길들이고 왜곡시켰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가공식품에는 대부분 MSG라고 일컫는 조미료가 들어간다. ('향미 증진제'라고도 한다.) 이것이 들어가면 음식이 가지고 있는 풍미가 강해져서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 또한 짠맛도 강조가 되어 감칠맛도 느껴진다. 그런 반면 MSG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매우 싱겁게 느껴지거나 맛이 없다고 느껴진다. 이런 가운데 채식을 하면 주로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게 될 텐데, 그럴 때 내가 만든 음식이 맛없게 느껴진다.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다양한 풍미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만드는 음식이 맛이 없는 게 아니다. 외식에 의해, 화학조미료에 의해 왜곡된 우리 입맛 때문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을 끊는다고 해도 정말 끊을 수 있을까. 아니다. 간장, 유부, 두부 등 모두가 가공식품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공식품은 괜찮다. 다만, 그런 식품 중에도 대량생산을 위해서 여러 화학첨가물을 많이 넣는 것들이 많이 있다. 반드시 가공식품을 살 때는 포장 뒷면에 성분 표시를 확인해야만 한다. 화학첨가물이 무엇인지 그 종류나 의미를 몰라도 된다. 성분 표시제를 보았을 때, 내가 읽어도 모르는 성분이 있다면 사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재료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명심해야 한다. 괜찮다고 샀던 식품이 우리도 모르게 입맛을 해칠 수 있다.
채식은 사실 어렵다. 쉽지 않다. 매일이 시행착오다. 하지만 즐길 수도 있다. 채식으로 변화하는 내 몸을 보면서 하루하루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성취감을 바탕으로 음식과 건강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세상의 많은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나가며 분통을 터뜨리며 자신의 신념을 더욱더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용기있게 발걸음을 딛고 나아가자.
채식하는 당신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