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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6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래서 아내는 내게 아주 오랜 연인이다. 우리는 많은 부분이 서로 달랐지만 인생을 추구하는 방식은 같았다. 늘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결혼을 해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았다. 집의 인테리어도 우리가 직접 디자인했고 음식도 사 먹기보다는 주로 직접 해서 먹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요리를 좋아하는 우리는 우연히 채식을 만났고, 채식을 통해 우리가 원하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만약 지금의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채식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채식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내 덕분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채식을 하며 생기는 여러 가지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풀어나갔다. 덕분에 나는 생전 처음 해보는 낯선 식단이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연애 때부터 음식을 맛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이 그대로 채식에서도 이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다양한 채소를 맛보며 느껴지는 다양한 풍미를 혼자서만 음미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 나눴다. 그러면 그럴수록 낯선 채식음식은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금세 친근해졌다. 요리의 호기심이 본래 많았던 우리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 서적을 구입했다. 마크로비오틱부터 한식 그리고 베이커리에 이르기까지 레시피를 탐독하며 우리의 식생활에 적용했다. 우리가 만든 요리가 맛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우리는 함께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행복했다. 우리에게 채식은 서로의 삶을 이어주고 소통하게 하는 고마운 매개체였다.
부부는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추구해야 하는 독특한 관계다. 그래서 삶의 방향이 중요하다. 각자 개인의 인생은 다를 수 있지만 가장 큰 바탕을 이루는 가족의 관계에서 남편과 아내로서의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같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욱더 응원하며 도울 수 있다. 삶의 방향이 같다는 것은 삶의 바탕을 이루는 철학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식은 우리에게 공통의 삶의 철학이었다. 채식을 함께 하며 깨달은 많은 것들이 우리가 함께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며 인생을 설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채식하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바로 ‘본질을 추구하는 삶’이다. 음식은 사람을 생존하게 하는 것이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음식을 먹게 될 때 우리는 아프고 고통스럽다. 부부의 본질은 ‘사랑’이다. 부부 관계가 사랑을 바탕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가정은 평화로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행복할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가정을 꾸리며 아이들을 교육한다.
지금 채식은 우리 가족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끈이다. 첫째 아이는 채식을 하면서 자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인간 때문에 고통당하는 동물의 삶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아직 어린 나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함께 채식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먼저 분리수거를 돕고 둘째는 아직 아무것도 잘 모르지만 채소와 과일이 너무나도 좋다. 그래서 이미 비건이 된 것 같은 진취적인 성격인 둘째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지만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자연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우리가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삶은 너무나 소중하다. 아이들이 채식을 그래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잘 따라오는 것은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주는 나와 아내의 정성 덕분이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아내와 나의 애정 어린 노력이 가족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내게 채식은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준 고마운 식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