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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Oct 30. 2022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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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추월차선에서 진짜 부는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가 자유, 두 번째가 가족, 세 번째가 건강이다. 이미 앞서 말했듯이 나는 채식으로 건강을 얻었다. 건강은 내게 나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현재 가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필요에 따라 무엇인가를 가질 수 있는 능력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이 정도면 충분해’ 할 수 있는 마음가짐, 욕망을 부추기지 않는 평온한 상태를 누리는 지금 나는 진짜 부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진정한 마음의 평안은 많이 갖는 것에서 얻어 지지 않는다. 적게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데에서 얻어진다’고 말했다. 부는 늘 상대적이다. 그렇지만 만족은 절대적이다. 건강은 내게 절대적인 만족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하는 것 외에 더 큰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이제 자유와 가족에 대해 말할 차례다.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까. 부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삶의 자세에 따라 풍족하다고 느낄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유는 절대적인 가치로 존재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자유롭다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자유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 정의를 보니 진정한 자유를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늘 사회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거나 없던 욕구도 생기도록 만들어 무엇인가에 얽매이게 만든다. 소셜미디어만 보더라도 수 없이 쏟아지는 광고는 그 종류에 관계없이 전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우리는 모두 욕망을 소비하는 사람들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우리는 진짜 자유를 평생 한 번은 경험이나 해볼 수 있을까.  


채식을 하면 특히 음식의 자유를 잃은 우리 모습이 더욱더 많이 보인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물 민족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채소를 즐겨 먹어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식문화는 모습을 감춘 지 오래됐다. 오히려 나물반찬과 채소로 끓여 만든 국과 찌개, 두부 등으로 구성된 ‘흔한’ 한식은 한정식이라는 이름으로 몸값이 너무나 올라있고, 우리의 전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치킨’이 한국의 대표음식이 된 현실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우리만의 식문화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아서 속상하다.  


채식은 나에게 음식에서 진짜 자유를 맛보게 해주는 이정표가 됐다. 한식이 가지고 있는 양념과 조리법 그리고 다양한 식재료로의 조합으로 비교적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반찬들은 그 어느 음식보다 맛과 향이 뛰어났다. 평생을 먹고 즐겨도 남을 만큼의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음식이 한식에 있다는 사실은 채식을 하는 나에게는 정말 행운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채식을 하기 전과는 다르게 시장에 가면 푸릇푸릇한 제철 채소들이 나를 반긴다. 채식을 통한 한식과의 만남으로 지금까지 나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먹어왔기 때문에 어떤 식재료로든 간단한 한식양념과 조리법만으로도 충분히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위도 주지 않는다’는 새봄에 올라온 첫 부추는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된다. 부추전, 부추 생채, 부추무침, 부추장, 부추비빔밥 등 한 가지 식재료지만 모두 다른 맛과 향이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이런 음식의 자태를 보면 어느 누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채소음식들이 한식에는 굉장히 많이 있다. 평생을 먹고 즐겨도 다 맛보지 못할 수많은 채소음식의 본고장이 바로 한식이라는 사실이 나는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꾸기 쉽지 않은 것이 입맛이다. 하지만 나는 채식으로 그 어떤 부자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있다. 채식은 입맛의 자유를 누리는 부자의 식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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