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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Oct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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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온 네오는 행복했을까. 허구한 날 센티넬과 스미스 요원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만 하는 네오는 차라리 매트릭스가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왜 네오는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을까. 그는 진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매트릭스 바깥의 현실은 기계가 지배하는 무서운 세상이었지만, 그가 눈으로 직접 확인한 진짜 세상의 진실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비로소 그는 기계 세상을 혼자서 대적하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삶의 진실은 시스템을 벗어날 때 마침내 보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진짜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의미를 느끼는지 등은 시스템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먹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먹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나를 잊은 사회에서 나의 존재는 외로워지고 텅 빈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같다. 내가 처한 사회의 시스템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을 마주하면 비로소 잊고 있던 자신이 눈앞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난 네오가 된다. 


나도 매트릭스에서 벗어난 네오가 됐다. 이젠 돌아갈 수 없다. 세상의 진실을 채식을 통해 보았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깨닫게 된 세상의 진짜 모습은 우리 삶에 모든 영역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한 가지의 기준만이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한 가지 기준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뉘고, 심지어 남을 밟고 일어서는 일을 경쟁사회라는 미명 아래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채식을 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도 없었을뿐더러 알고 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을 이야기할 때, 기존의 규칙을 벗어나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성공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원하는 방식을 찾으라는 이야기다. 즉 성공을 위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식이나 규칙도 결국 성공을 위해 보장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 한 요리 프로그램에 나와 우승한 사람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웠거나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셰프가 아닌 만화로 요리를 배운 사람이었다.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는 당당하게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대회의 우승자가 됐다. 세상에는 ‘다크호스’가 많이 있다. ‘다크호스’는 모두 하나 같이 규칙을 따르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기존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규칙을 만들려면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기존의 규칙을 맹목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따르고자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나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틀을 깨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서 어쩌면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할 수도 있다. 틀을 깨는 생각은 기존의 방식이 뭔가 잘못되었고 그것이 유일한 방식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오가 빨간약을 받아 들고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자에서 지배하는 자로 바뀌어 자신마의 규칙을 새로 만들었듯, 우리에게도 빨간약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그 빨간약이 채식이었다. 채식을 하면서 기존의 영양학과 건강에 대해 말하는 사회의 통념에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증명하면서, 그러한 규칙에서 벗어나 진실을 바탕으로 나만의 요리와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살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시스템 안에서 규칙을 따르며 삶을 유지하는 자에서 시스템을 관찰하며 시스템을 내 방식대로 이용하는 주체적인 사용자가 됐다.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추구하는 삶에는 더 이상 경쟁과 시기 그리고 질투가 없다. 하나의 잣대로 나와 상대를 더 이상 비교하거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모두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모두 삶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모두 각자 그 나름대로 소중하고 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자꾸 ‘나’보다는 ‘남’ 되려고 애쓴다. 더 큰 문제는 남이 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뚜렷한 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을 가졌다. 기존의 규칙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나는 경쟁하지 않게 됐다. 경쟁한다는 것 자체에는 이미 ‘나는 열등하다’라는 전제를 포함한다. 어느 누구도 열등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사회의 일률적인 기준이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 뿐이다.


나는 채식을 의미 있는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자체로 만족하며 행복을 느낀다. 이제 누군가보다 너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질투나 시기를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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