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필수요리: 기본 나물 조리법
나물 요리가 어려운 이유
주식은 현미로 부식(반찬)은 나물로 할 것을 앞서 추천했다. 이번 글에서는 까다롭게만 느껴지는 나물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물 요리는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느낀다. 아무리 해도 우리들의 부모님이 해주시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왜 일까. 나는 그 이유를 익숙함에서 찾는다. 익숙하다는 것은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나물의 맛은 익숙하지만 요리법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나도 결혼을 하고 나서 요리를 시작했는데, 치즈나 햄, 해산물은 자주 샀지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시금치'를 포함하여 참나물, 취나물, 달래 등은 사본적이 거의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나물 요리법에도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입맛이나 요리 모두 익숙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냥 해보는게 답이다.
나물 요리 도전하기
나물 요리는 어렵지 않다. 물론, 요리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쉬운 요리법 조차 겁내기 십상이긴 하지만 나물 요리는 극히 제한적인 양념을 가지고 요리를 하기 때문에 맛을 조절하기가 쉽다. 물론, 가공식품이나 외식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단순한 몇 가지 양념만으로 맛을 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나물 요리는 양념의 자체의 맛보다는 양념이 배어 있는 나물 자체가 맛을 내는 음식이기 때문에 단맛, 짠맛 또는 자극적인 양념 맛에 익숙하다면 나물이 가진 맛과 양념의 조화로운 맛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나물은 끓는 물에 데치면 씹기가 쉬워져서 씹는 순간 나물 고유의 맛이 잘 배어 나온다. 여기에 소금과 참기름 합쳐지면 적당히 간간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맛 좋은 음식이 된다. 나물 그 자체가 음식의 맛이고 양념은 덤이다. 나물 요리를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부터 한 번만 배우면 되는 기본 나물 요리법을 소개한다.
(글 외에 내가 예전에 찍어 두었던 '나물 무치기' 동영상 자료도 첨부했다.)
모든 나물 요리에 공통으로 쓰이는 양념
1. 다진 마늘과 다진 파
2. 국간장
3. 소금 (천일염)
4. 기름 (참기름 또는 들기름)
5. 깨 (참깨 또는 검은깨)
1. 나물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요리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마늘과 파다. 파는 향보다는 감칠맛을 내준다. 마늘도 감칠맛을 내주지만 동시에 향을 더해 음식을 맛깔나게 해 준다.
2. 짠맛과 감칠맛을 내준다.
3. 소금은 간을 맞춰주는 동시에 식재료의 맛을 더 드러내 강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천일염은 굵은소금과 가는소금이 있는데 가는소금을 사용하면 된다.
4. 나물 요리의 풍미를 좌우한다. 모든 오일은 그 오일이 들어가는 음식의 풍미를 결정한다. 음악으로 따지면 베이스 같은 존재다. 요리의 마지막에 살짝 넣자.
5. 참깨는 풍미를 더해주고 음식에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준다. 별다른 데코레이션 없이 참깨만 있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게 보인다.
나물 조리법
나물 조리법은 크게 생채(생으로 먹기), 무침 나물(데쳐서 먹기), 볶음 나물(기름에 볶아먹기)이 있다. 나물의 맛과 향에 익숙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끓는 물에 데쳐서 무치는 '무침 나물'이다.
1. 나물 데치기
시금치, 쑥갓 등의 잎채소는 끓는 물에 넣었다가 꺼내는 정도로 살짝 데친다.
밑동이나 뿌리가 있는 나물은 단단한 부분부터 넣어 데친다.
줄기가 억센 나물은 억센 부분을 잘라 내고 데친다.
[데치기 Point]
잎채소를 데칠 때나 일반 채소를 데칠 때 반드시 소금을 한 큰 술 넣어서 데친다. 그러면 삼투압 현상으로 채소 내부에 있는 좋은 영양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잎채소를 데칠 때 소금을 끓는 물에 넣으면 색이 더 선명해지고 신선한 느낌이 든다.
2. 데쳐서 곧바로 찬물에 헹궈야 색이 선명하다.
데친 잎채소를 그냥 놔두면 색이 변하고 열이 남아있어 잎이 물러진다. 데친 뒤에 찬물에 한두 번 헹궈서 완전히 식힌다.
3. 물기 짜기
나물을 데쳐서 물기를 짤 때는 80% 정도만 짜는 게 좋다. 그래야 남아 있는 수분으로 양념이 잘 배어들고 부드럽다. 한 번 정도 힘껏 꼭 짜주면 된다. 다만, 콩나물, 숙주, 가지 등은 물기를 짜지 않고 그냥 놔두고 식혔다가 무친다.
4. 무침 나물의 맛을 살리는 대표 양념
소금 양념 (300-400g 기준)
다진 파, 다진 마늘 2작은술씩, 참기름 또는 들기름 1큰술, 소금 (입맛에 맞는 정도), 국간장(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된다. 소금으로만 맛을 내고 부족하면 조금씩 국간장을 넣어 감칠맛을 더 살려보자.)
소금 양념에 어울리는 나물
콩나물, 숙주, 시금치, 도라지, 오이, 취나물, 참나물, 볶은 오이 등 대부분의 나물에 어울린다.
[간 맞추기 point]
우리는 간 맞추기를 혼란스러워한다. 왜냐하면 한 때 소금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먹지 말아야 할 소금은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정제염'이라고 부르는 '정제소금'이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먹어도 안전한 소금은 '천일염'이다. '천일염' 중에서도 갯벌 위에서 만든 '토판염'을 먹어야 한다. 이 천일염을 음식에 조금씩 넣어서 입맛에 맞추면 된다. 내 입맛이 기준이다.
나물을 해놓으면 식사 준비의 절반이 끝난다.
나물은 기본적으로 밥의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그 밖에 여러 가지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빔밥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김밥의 속재료가 되기도 하고, 죽으로 함께 끓여 먹을 수도 있다. 이밖에도 찌개거리나 전의 재료로도 쓸 수 있다.
밥상에서 느끼는 자연의 위로
나물은 우리나라의 고유의 전통 음식이다. 종류도 300가지가 넘어서 평생 다 맛을 못볼정도다. 또한 각 나물마다 고유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맛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나물로 밥을 짓거나 전을 부치는 등의 다양한 요리도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평생 채식을 하는데 문제 없는 좋은 식재료다. 조금 수고스러울 수도 있지만 하다 보면 이것 만큼 편한 식생활이 따로 없는 듯하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된다. 나는 마트에 가면 철에 따라 많이 나오는 채소를 골라 그때 그때 사서 나물을 무치는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 철에 따라 나오는 나물은 풍미가 매우 좋아서 먹는 내내 즐겁다. 도시에 살기 때문에 느낄 수 없는 자연을 이렇게 밥상에서라도 느끼니 풍성한 자연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