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낭독 일지

인간 윤승원의 영어 목소리 찾기


어느 날,

‘내 영어’를 잘하는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역사로서의 통역실력 말고, 인간 윤승원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 일까? 나는 영어로 얼만큼 내 이야기를 말하고 쓸 수 있을까?


아웃풋을 점검해야 했다.


한국어에도 나의 ‘말투’가 있듯이, 영어라는 언어에도 말투라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나에게도 영어 말투가 있을까? 나의 영어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자주 쓰는 영어 ‘표현’은 내 영어 말투가 아닐 것이다. 말투라기보다는 효율성에 가깝다. 이런 뉘앙스의 한국어는 이렇게 쓰면 되겠다.라는 제2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며 득한 나의 노하우에 가깝다.


나의 영어 목소리, 나의 영어, 나의 영어 말투가 생길 만큼, 영어를 구사하고 싶다.


“아 거참,
영어를 엄청 잘하고 싶잖아?”


아웃풋에 대해 높아진 욕구의 뒷면에는 이 욕구가 있었나 보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낭독과 영어일기를 선택했다.


낭독을 해보자.


통역사 카페에서 ‘낭독 스터디’ 파트너를 모집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주 2회, 정한 요일에 각자 원하는 영어자료를 녹음하여 카톡창에 인증하는 스터디를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낭독. 꾸준히, 가 언제나 빛을 발한다고 믿기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 꾸준히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만의 ‘시스템’ 만들기!



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sns) 활용을 아주 좋아한다.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계정 외에 ‘영어용 계정’을 추가적으로 만들면 지금 바로  (나만 아는, 나의) 영어 공간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영어용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활용했는데, 나의 낭독 기록을 위해 영어용 유튜브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


사실 스마트폰 녹음 앱에 녹음하고 스터디 채팅창에 인증만 해도 될 테지만, 장치 하나가 더 필요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파일을 들을 수도 있다는 설렘과 긴장감이 긍정의 와치독(watchdog)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낭독을 올린 지 4주째.


물론 구독자는 없지만 콩알만큼 올라가는 조회수와, 쌓여가는 콘텐츠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 시나브로  채널에 들어가서 지난 낭독 파일을 들어보는 것은 꾸준히 낭독하고, 녹음하고, 들어보고 싶게끔 하는 원동력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어로 된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통역 스터디를 할 때, 스터디 파트너의 통역 연습을 위해 읽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자료 자체들이 무겁고 딱딱했고, 무의식적으로 “통역사-friendly” 하게 잘 끊어서 또박히 발음해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었던 것 같다.  


낭독은 달랐다. 낭독은 통역을 위해 녹음하는 ‘스터디 자료’가 아니었다. 감정 없이 스터디 자료처럼 딱딱하게 읽어서는, 안 되겠더라. 나는 지금 영어를 ‘읽고 있다’ 왜냐하면 스터디 파트너가 통역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자동적 추임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내용에 집중해야 했다.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에 내가 조금 더 빠져야 했다. 내가 100% 이해되는 부분과, 읽으면서도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내용을 읽을 때의 아웃풋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렇게 내가 읽고, 녹음하고, 그것을 나만의 비밀 계정에 꾸준히 업로드하면서, 틈날 때마다 들어보고 있다. 4 전과 며칠 전의 파일 사이에 발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색함이 조금 걷히고,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낭독을 하면, 나의 영어는 어떻게 달라질까?


너무나도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영어도 나름 괜찮은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