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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변의 시애틀 여행기

관광명소냐 발길 닿는 곳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시애틀 2일 차>

커다란 오징어를 바라보며 맛난 해산물 파스타를 먹었으니 슬슬 구경을 시작해 볼까?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spiritual 한 아이템들 (예를 들면, 인센스) 판매와 타로점 봐주는 묘한 곳이 있길래 들어갔다.


둘러보던 중, 이 확언이 마음에 와닿아서 사진 찍어두었다.

이곳에는 수십 종류의 오일, 인센스 등이 있었는데 선뜻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한쪽 코너에서 타로상담을 받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마음에 답답했던 때라 타로점? 하고 혹 했지만, 영어로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겠다 싶어서 이 또한 패스.


이곳에서 나와서 가다 보니 흥미로운 상점이 있었다. 그로서리 스토어로 보였다.


이 올리브오일 너무 예뻤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돌아다닐 때 무거울까 봐 안 샀는데 두고두고 가끔 생각난다. 스페인산 오일이었던 것 같은데 디자인이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한쪽에서는 이렇게 정육점처럼 치즈를 종류별로 잘라서 팔고 있었다.

아이템이 너무 많으면 되려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게 되는 듯하다. 그리고 이 때는 다운타운 구경 초반이라서 짐을 늘리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변덕스러운 시애틀 날씨에 당황한 내 손에는 후드, 바람막이, 스카프가 들려있었고, 그 아이들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기 때문.


도보로 여행할 때는 되도록 부피는 적게, 들고 다니는 아이템수도 적게 다니는 게 정답이다.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호텔에서 파이크 플레이스마켓은 이렇게 쭉 내려오면 있었다.


오징어 뷰 식당과 묘한 가게와 그로서리 상점을 둘러보고 나와서 약간은 도망치듯 마켓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유명한 명소에 가면 무언의 압박을 느끼곤 한다. 감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누를 때가 있기 때문. 관광명소에 가면 놀라울 정도로 멋진 장관을 볼 때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로 인해, 나는 사전 정보 없이 혼자 개척하듯 마음이 끌리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약간은 엉뚱한 포인트에서 감동할 때가 많다.


그래서 크게 방문할 도시, 숙소만 정하고 즉흥적으로 숙소를 나서서 나만의 와우 모먼트를 찾아 나서는 여행스타일이 좋더라.


여하튼 관광명소 도장 깨기하고 도망쳐 나오다가 괜히 미안한? 마음에 뒤돌아 사진으로 남겨본다.

마켓에서 나왔는데 라이브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이 분이 연주하고 있었는데, 미국 여행 이틀차 초보에게 너무 미국 스러운 광경이라 잠깐 서서 구경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나갈 때 즈음 둘러보니, 보고 있는 사람이 나뿐이어서 박수를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소심하게 망설이다가 다시 도망침..


자, 시애틀 다운타운 여행에서 두 번째 관광명소를 가보았습니다. 그곳은 바로, 바로.. 스타벅스 1호점.

줄이 길다는 이야기를 호스트가족분께 들었을 때 '에이 스벅 줄이 얼마나 길겠어! 괜찮을 거야!' 라며 갔는데 줄은 이렇게 길었다.

한 블록 이상, 거의 두 블록에 이어진 스벅 1호점 대기줄..  스벅 1호점 리미티드 텀블러가 여기서만 파는데, 이 텀블러에만, 초창기 스벅 로고가 그려져 있어서 매우 매우 자랑하기 좋은 아이템이고 선물용으로 더없이 좋아서 텀블러 구매를 위해서도 줄이 정말 길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보니 오전 7시에 가도 두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관광명소 포비아 수준인 나는 이 줄을 보고 늘어선 줄을 사진 찍고 또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으로부터 도망쳤다.


내가 도망 다닌 경로는 대략 아래와 같다.

그렇게 북적북적한 곳에서 멀리- 멀리- 걸어가다 보니 한적해졌다.

위의 사진들이 내 기준 여행의 와우 포인트 중 하나. 한국은 신호등이 가로로 있는데, 이곳에선 세로로 세워져 있다. 예쁘다.


저 신호등에 이끌려서 쪽으로 가보니,

바다가 넓게 펼쳐져있었다.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시애틀 파란색이 참 예쁘다. 아마도 청명한 공기, 그로 인해 더 파란 하늘, 수심이 깊은 시애틀 바다의 특징이 어우러져서 저렇게 푸르른 바다색이 보이는 듯하다. (다음 편에서 작정하고 배 타고 바다색 보러 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저기 앉아서 넋 놓고 바다를 보다가 카메라로 사진 찍다가 뭔가 이상해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주변을 보니 다른 관광객/여기에 사는 주민들이 내가 셔터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 때문에 내가 사진 찍는 걸 멈춰서 미안해하는 듯했다. 왜냐면 지나갈 때 "I'm sorry!!!"라고 했기 때문.


도대체 그런 심쿵하는 매너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미안하기도 하고 심쿵하기도 했다.


한적한 곳에 다다르니 드디어 나다운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처음에는 처음 와보는 곳이라 쫄아서 구글맵을 계속 보며 걸어 다녔는데,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길이 구성되어 있었다. 세로는 몇 번째 스트리트, 가로는 애비뉴 이름이라, 내가 묵는 호텔의 스트리트/애비뉴를 확인해 두고 거기서 너무 멀어지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가로세로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었다.

호텔이 위치 한 스트리트와 애비뉴


호텔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으려 한 이유는 어두워지기 전에 호텔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 이유는 무서워서..

'24.06.24

흘러 다니다 보니 마치 대치동 은마상가 같은 느낌의 상가가 나와서 냅다 들어가 보았다. 정겹고 재밌는 분위기.


여기는 바로 들어가 봐야죠.

바구니에 마구 쌓여있는 신발들 중에 내 사이즈 발견. 귀여운 단화가 될 듯해서 (그리고 4불) 자세히 뜯어보다가 음? 싶어서 물어보니 춤출 때 신는 신발이라고 해서 내려놓음.


시애틀표 은마상가를 한 바퀴 돌고 나와서 또 발길 닿는 대로 흘러 다녔다. 그러다가 들어간 한 그로서리 스토어.


호텔에서 묵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여기서 살고 있었기에 갑자기 장을 봄.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이 배가 너무 궁금해서 일단 담았다.

그렇게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 냉장고에 장 본 아이들 담아두고,

무엇을 샀느냐면요.

다 합쳐서 46,000원 이었고요..... 사먹는게 나은 가격 아닐지 모르고요.

프로슈토, 블루치즈집, 칸탈룹 멜론, 서양 배, 사과, 올리브! 그리고 오는 길에 비스킷도 사 왔음요.


이렇게 12시에 도착하여 오후 6시까지 시애틀 다운타운 구경을 마쳤다. 해가 정말 길어서 아직도 밝음.

아, 호텔 떼오도르 디럭스킹 방 내부가 궁금하실 분을 위해. 창문에서 보면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왼편에 옷장과 냉장고. 침대에 누우면 창문과 tv 있습니다.  흰 문은 화장실! 1인 혹은 2인이 묵기에 적당한 크기. 책상은 없고요.

여기 오는 페리 안에서 가져온 가이드 팜플렛.

이때까지만 해도 관광명소냐 아니냐의 갈림길에서 더 자주 고민했기에 저 팜플렛들을 유심히 봤다.


그러다가 발견한 유람선!


이 팜플렛 한 장은 다음 날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켰을까요?


다음 편에 바로 나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미국여행 이틀차 여행기 끝!


(사진은 캐논 EOS R50/ 갤럭시 지플립 4 폰으로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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