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오늘 곱창 어때?"
한창 수업 중인데 문자가 온다.
밖에는 비가 엄청 퍼붓고 있는데, 주말도 아닌데,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곱창을?
(곱창은 나의 최애 메뉴이지 옆지기는 곱창을 별로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비가 오고, 왠지 집보다는 밖에서 빗소리 들으며 한 잔 하고 싶고 그런데 내가 혹시 거절할까 봐 나의 최애 메뉴로 데이트 신청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자비를 베푸는 심정으로 그 마음만 헤아려 주기로 했다.
퇴근하는 길, 먼저 집에 있다가 버스 정류장으로 나를 마중 나온 옆지기에게
"그런데 곱창 괜찮겠어? 별로 안 좋아하잖아."
"괜찮아. 자기가 좋아하잖아."
"그럼 나 곱창 안 먹어도 되니까 비도 오고 전집 가서 전에다 막걸리 마실까?"
"괜찮다니까, 곱창 먹어도"
"아니야, 나도 괜찮아. 나 때문에 꼭 곱창집 안 가도 돼."
이런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면서 우리는 곱창집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던 도중 평소에는 빈자리가 별로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던 숙성횟집이 비가 오고 그래서인지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그리고 비 오는 거리,
모처럼의 데이트 분위기 제대로였다.
연애 7년에 결혼 32년.]
이제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냥 내 삶에, 상대방의 삶에 일부가 되어 버린 우리다. 물론 아직 포기할 것을 포기 못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직은 우리가 함께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우리에게도 달달했던 예전이 있었음을, 뜨거웠던 우리가 있었음을 가끔 이렇게 확인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순전히 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철부지 같고, 자기 위주고, 가끔은 내 속을 뒤집어 놓긴 하지만 나와 끝까지 함께 해 줄 사람, 나를 제일 많이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고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이라 생각하고 '우리'라는 이 유대감을 더욱 곤고히 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던 비 내리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