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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ug 23. 2023

세 커플의 무모한(?) 여행

발길 닿는 대로...


이 여름에, 이 휴가철에, 계획도 , 예약도 없이 오로지 렌트한 9인승 카니발로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보자고 의기투합한 여행이었다.

언니네, 우리 그리고 동생네. 이렇게 세 커플의 무모한 여행은 시작되었다.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하니 언제 한 번 6명이서 훌쩍 떠나는 여행 해보자고 말만 했었는데, 그 말만 했던 여행을 이렇게 뜨거운 한 여름의 휴가철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나중에 시간 많을 때 가자고 했는데, 그날을 기다리고 있자니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것 같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여름휴가 때 가보자고 하여 각자의 여름휴가 일정을 맞춰서 떠나게 되었다.  목적지도 그때그때 정하고, 먹는 것도 배 고프면 먹고, 숙소도 해 떨어지고 피곤하면 근처 어디든 정하기로 하고...

출발하기 전까지 '너무 더워서 어쩌지?' '휴가철인데 숙소 못 정하면 어쩌지?' 등등의 근심이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1일 차 (토요일)

9시에 렌터카 인수하고, 고봉민김밥에 들러 아점으로 먹을 김밥 준비하고, 아이스박스에는 빵빵하게 냉장시켜 온 마실거리(?)와 주전부리들 가득 채우고 드디어 출발했다.

많이 막힐 것을 각오했지만 우리가 출발한 날이 8월의 첫째 주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휴가를 다녀오는 올라오는 길이 오히려 더 막히고 내려가는 길은 도심을 벗어나기가 힘들었을 뿐 쭉쭉 달릴 수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해남이었다. 일단 땅 끝 찍고 돌아보자는 의미로.

그러나 내려가던 도중, 해남 가기 전에 장흥에 들러 삼합을 먹어야 한다는 데 의견 투합이 되어서 장흥으로!

(이런 게 바로 목적 없는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랄까.. )

장흥 삼합을 먹을 곳을 모색했는데, 많이들 가는 정육식당 골목이 아닌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노포식당으로 정하고 그곳에서 삼합 (소고기, 관자, 버섯)과 맛깔스러운 밑반찬 (역시 남도의 맛찬은..) 그리고 마지막 된장찌개까지 너무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식 후 커피는 멋진 곳을 바라보며 마시기로 하고 순천만 근처의 카페를 검색해서 찾았고 차 마시면서 숙소도 알아보기로 했다.

해가 지는 순천만에서 바라본 하늘은 예술이었고, 모처럼 만난 세 남성들 (형부, 남편, 제부)이 모여있는 프레임도 좋았다..

순천시내의 모텔에 숙소를 잡고 오늘은 첫날이니 살살하자(?)는 의미로 각자의 방에서 푹 쉬기로 했는데... 결국 언니네와 우리는 아쉬움의 맥주를 한 캔씩 더 나누어 마시고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했다.


장흥 삼합
무슨 말을 나누고 있는 건지?


첫날 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도 하게 되었다.




2일 차(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으로 숙소 앞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맥모닝을 먹었다. 집에 있으면 잘 먹게 되지 않는 것인데 밖에 나와 간단히 먹기에 딱 좋은 아침이었다.

순천 시내여서 대형 쇼핑몰, 커피숍, 패스트푸드 점들이 모여 있어서 깔끔하게 커 피 한잔과 간단한 아침 먹기에는 참 좋았다.

오늘은 남해의 멋진 해변과 바닷가를 보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일단 다랑이마을 쪽으로 목표를 정했다. 다랑이 마을에  오래전에 가봤고 언니네는 처음이고 동생네는 그냥 지나가면서 본 게 다라고 해서 바로 결정..

다랑이 마을도 예전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되고 풍광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커피숍들이나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위에서 바라본 마을과 바다의 조화는 언제 보더라도 정말 멋있고 시원스러웠다. 다도해답게 섬들과 어우러진 바다, 반짝이면 물결  푸르른 하늘까지.. 여름의 뜨거움이 무색할 만큼 계속 바로보고 싶은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힘찬(?) 동해, 소박하고 수줍은 듯한 서해와는 또 다른 남해의 바다는 잔잔하면서 고고하다고나 할까...  

다랑이 마을을 떠나 거기부터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남해의 절경을 즐겼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 한 접시 먹으며 소주 한 잔 해야 하는 건 국룰(?)

남해대교 근처의 횟집(현지인 추천)을 갔는데 너무 손님이 많아 기다리기가 뭐해서 아쉽지만 그 횟집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지인의 횟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소개받고 온 게 고마우셨는지 연신 서비스를 주시고 잘해주셨고, 음식도 깔끔하고 회도 맛있게 먹었는데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아서 더 좋았던 식사였다.

바다도 보고, 회도 먹었으니 이제 바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리산의 품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으로..

계속의 물소리 들으며 발도 담그고 시원하게 하루 보낼 수 있는 숙소를 찾았는데 마침 그 숙소가 식당을 겸한 곳이었다. 7성급 뷰인 산꼭대기의 오두막에서 닭구이까지 먹을 수 있는..

더군다나 사장님이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큰 방이 비어있으니 그 큰방을 써도 좋다고 (가격은 원래 6 인실 방 가격으로) 하셔서 널찍하고 편안하고 시원하게 또 하루 보낼 수가 있었다.

낮에 회를 잔뜩 먹어서 저녁이 닭을 또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웬걸, 석양의 하늘과 산을 바라보며 먹는 식사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식사도 맛있게 하고 숙소로 내려와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넓은 방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다.

명절에나 모여서 그동안의 근황을 묻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평소와는 달리 속마음도 이야기하고 각자의 성향에 대해 말하기도 하면서 웃고, 공감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그런 시간이어서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다랑이 마을 전경
우리가 묵었던 산장




3일 차 (월요일)

산속의 아침은 상쾌 그 자체다.  온도가 높은 여름의 아침이지만 우거진 녹음과 물소리, 새소리에 눈을 뜬 아침은 '이게 정말 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아침은 간단하게 어제 닭구이 먹다가 남겨온 가슴살과 컵라면으로 간단히 한다. 평소에는 커피 한 잔에 잘 먹지도 않는 아침인데 이렇게 나오면 꼭 챙겨 먹게 된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의논하다가 그래도 지리산에 왔으니 노고단이라도, 너무 더워 꼭대기까지 못 올라가니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라도 가보자 해서 성삼재까지 올라갔다. 산 위에서 구름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 풍경은 뜨거움을 시원함으로 바꾸어 주었다.

더 올라가지는 못하고 그다음 코스로 무. 진. 장 (무주, 진안 장수)을 잡았다.  진안 용담호에서 부귀 편백숲 산림욕장으로 가는 드리아브 코스를 즐기고 무주에 가서는 토속 음식을 먹고 멋진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쉬는 시간을 갖었다.

이제 마지막 밤을 보낼 곳을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 벌써 마지막 밤이라니...

마지막 밤은 전주로 정했다. 한옥마을도 가 보고 막걸리에 안주 부침한 다찌집도 가 보고, 피순대도 먹어보고 등등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많은 곳이었다.

밤에 도착해서 숙소부터 정했고 숙소에다 집을 풀고 한옥마을로 향했다.  월요일의 저녁은 많은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왔을 때보다 한옥마을이라는 특징보다는 왠지 상점들만 즐비한 상가를 온 것 같아 느낌이 덜 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푸짐한 안주와 함께 한 막걸리와 우연히 찾아서 들어간 호텔 같은 모텔이 흡족해서 마지막밤의 피곤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밤에는 모여서 평가회(?)를 갖었는데 평가회라기보다는 다음에는 어떻게 준비해서 또 오자는 계획만 얘기한 것 같다. 점심 먹으면서 저녁 메뉴 얘기하는 것처럼.. ^*^

성삼재에서 바라본 풍경
부끄럽지만.. ^*^


진안 용담호


4일 차 (화요일)

간단한 조식도 제공해 주는 모텔이어서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로 요기를 하고 늦은 아침으로 피순댓국을 먹었다. 전주에 왔을 때 못 먹어본 음식이라 이번에는 꼭 먹어봐야지 했던 것인데, 역시 부드럽고 고소하고 시원한 게 일반 순댓국과는 조금 달랐다.

드디어 올라갈 일만 남았다. 서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 올라가면서 한 군데 더 들렸다 가자,,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 모두 좋소,, 를 외쳤다.

그래서 완주의 아원고택을 갔다. 산속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고택, 그 고택의 곳곳에서 산책을 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너무 끈적거리고 더워서 밖에 오래 있지는 못했는데 , 단풍이 든 가을에 꼭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완 고택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어차피 올라갈 거 너무 늦지 않게 가자 하여 서둘러서 올라오니 오후 6시쯤 되었다.

적당한 시간에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쉬었다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4일 내내 운전해 주고 배려해 준 제부,  그 옆에 앉아서 여기저기 검색해서 맛집, 멋진 장소, 일정 잡아주느라 애쓴 동생 혜진

전체를 총괄 지휘하면서 그때그때 지갑 열어주시는 형부,  그 형부를 또 뒤에서 지휘하는 언니

그리고 영원한 분위기 메이커 우리 부부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잘 수행(?)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즐겁게 보냈던 여행이었다.

다음에 다시 가기로 굳게 약, 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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