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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Aug 01. 2023

"아빠다 ~"

나의 하루 시작을 알려주시는 ^*^

오전 9시 경이되면 핸드폰을 쳐다보게 된다. 어김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아빠?"

"아빠다.. 밥은 먹었고?  유서방은 나갔고? 이제 나가야지?"

변하지 않는 아빠의 멘트다.

"어. 아빠는 아침 뭐 드셨어? 아빠도 복지관 가셔야지?"

변하지 않는 나의 멘트다.

그러고 나서 그날그날 이야기의 화재가 조금씩 바뀐다. 어제는 뭘 드셨는데 그게 맛이 있었네, 없었네.

날이 더워서 어떡하니, 유서방 감기는 나았니, 지난번에 보내준 거 맛있던데 다 떨어져 간다 등등등..

가끔 엄마 몰래 엄마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시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전화를 나한테만 하시는 게 아니다. 우리는 딸이 넷인데 내가 둘째이다. 언니는 아빠와 근처에 살고 있어서 거의 매일 친정에 들러 엄마랑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있거나 - 주로 엄마와의 언쟁(?)을 벌였을 때- 뭔가를 결정해할 때, 궁금한 것이 있으실 때 통화를 하시고 나와 내 동생에게는 매일 이렇게 전화를 하신다. 시간대도 정해져 있다.

넷째는 그나마 덴마크에 있어서 매일 못하시지만 만약 여기 살았다면 아마 매일 하시는 전화의 횟수가 한 번 더 늘었을 것이다.



전화기를 매일 들고 다니지만 그 용도가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 뭔가 정보를 얻고 ,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모든 일처리를 하고.. 이런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누구에게 어떤 특별한 용건이 없이 전화를 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별한 용건이 없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부모님께, 떨어져 있는 아들에게

그러나 이것도 보통 정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모님께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매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전화드려야지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깜빡 잊었다는 핑계로 전화를 자주 드리지 못하고 있다.

아빠는 전화를 기다리느니, 딸들 목소리 듣고 싶으면 내가 전화를 한다...라는 주장이시다.

그래서 엄마한테 매일 잔소리를 들으신다. 아이들 바쁜데 할 말도 없으면서 저렇게 전화를 하신다고.

나는 오히려 내가 전화드려야 하는 것을 대신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인데..




아빠는 관계 지향적이신 분이다.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래서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때 많이 힘들어하셨다. 사람 좋아하는 만큼 사람들에게 배신도 많이 당하셨다. 그러면서도 그 관계를 무 자르듯 그렇게 확실히 잘라내지 못하신다. 그것을 장점이라고 해야 하나 단점이라고 해야 하나..

연세가 이제 곧 90을 바라보시지만 아직도 아침이 되면 딸들에게 전화를 돌리시고, 복지관에 나가 사람들과 이야기하시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신다. 그래야 아빠는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시는 것 같다.

아빠에게 전화가 오면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이것도 매일 같은 얘기만 오고 가는 그냥저냥 한 통화라 생각하시면 전화 오는 횟수가 줄어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다만 아빠가 기력이 쇠하셔서 전화하시기 힘들어지시면, 그때는 내가 매일 전화드려 아빠의 존재감(?)을 상기시켜 드려야겠지.

오늘 아침, 너무 더운 이 아침,

아빠와의 통화하고 나니 시댁 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간다.

밖에 나가시지 마시고 , 전기값 걱정된다고 에어컨 구경만 하시지 마시고, 시원하게 틀어놓으시고 집에서 맛있는 콩국수 해 드시면서 쉬시라고.


에필로그

지금 막 전화를 다 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우리 걱정뿐이시다. 당신들은 괜찮으니 너희들이나 더위에 조심하고 휴가 내서 얼른 쉬라고.. 전화드리고 목소리를 듣고 나니 내 맘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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