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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Sep 20. 2023

하루하루가 모여 만들어지는 삶

지금도 '밀당' 中

무심코 유튜브의 shorts를 보다가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션이 하는 말을 보았다. (션은 자타가 공인하는 애처가이다) 그들 부부가 여전히 금슬 좋은 부부로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사는 비결이라고 하는데,

첫째는 "서로를 대접해 주어야 한다."  상대방을 하인 취급하면 나는 하인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고 상대방을 공주, 왕자로 대접하면 내가 왕자, 공주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서로의 장점을 보려고 해야 한다" 연애할 때는 좋은 점만 보다가 헤어지기 때문에 별로 싸우지 않지만 결혼 후에는 항상 함께 하기에 장점 이외의 다른 부분도 보인다. 그것은 그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니라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뿐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칭찬을 해주면 서로 발전할 수가 있다.

셋째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만약 오늘 남편과 싸우고 화해하지 못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무척 안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쇼츠를 보면서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귀에 와서 콕 박히는 이유가 뭘까?

아마 두 가지의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감 vs 반성

이런 이야기가 공감으로 느껴져야 하는데 공감보다는 반성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건..


나도 연애 7년에 결혼 생활 근 30여 년을  넘어가고 있는데도 이런 말을 들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노력해야지'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익히 알고는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뭔가를 해야지'하는 생각보다는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하며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부들이 저들 부부보다는 나처럼 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위안(?)과 함께.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온 우리에게도 나름대로의 노하우까지는 아니어도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것은 좋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몇 가지는 있는 것 같다.

첫째는 "함께 한 시간"이다. 

결혼식 주례사에 있었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 말에 충실했다. 그랬더니 함께 했던 여러 순간들이 하나하나씩 쌓여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있었다.  다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 자산(?)중의 하나를 꺼내서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아차'하는 마음과 함께 풀리는 경우가 있다.

둘째는 "각자가 잘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생활"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서로 영역 구분 없이 서로 같이 해야 한다는 맘이었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잘하는 것은 당연시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불만이 돼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각자의 성향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고, 내가 잘하는 것만 한다.

셋째는 "공통의 관심사"이다

당연히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 키우고 사는 게 바빠서 별로 큰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제는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자 이 부분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각자의 취미 생활이나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가 있어야 '밀당'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이 밀당은 젊은 시절 열정 가득한 밀당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라는 의미가 좀 더 강하다고나 할까

'혼자가 좋다'와 '함께여서 좋다' 사이의 밀당을 의미한다.


이제는 부부라는 관계도 조금씩 보수와 수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새롭게 싹 뜯어서 고치는 것이 아니라 고장이 나고 어디가 새고 하는 부분을 수리하고 보수해야 하는 그런 시기 말이다.

다만, 임시방편으로 그저 땜질하듯이 하는 보수가 아니가 앞으로 우리가 평생 살아야 하는 집이라 생각하고 이왕 하는 거 튼튼하고, 더 이상 고장과 누수가 없게 보수를 해야 하는 그런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밀당'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은 '당'하는 날이라 생각하고 비도 오는데 이따 저녁에 부침개 부쳐서 막걸리나 한 잔 같이 하며 우리 추억의 서랍 속에 있는 뭔가 하나를 꺼내 보며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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