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심 중 빠지지 않는 게 "운동"이다. 그 필요성은 익히 알고 있기에 해야 할 , 지켜야 할 To do list에 등장하지만 작심삼일에서 그치는 게 바로 이 운동이다. 힘든 운동은 싫고, 헬스는 심심하고 요가도 해 보았는데 아침에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나는 출근도 해야 하고, 아침 시간에 책도 봐야 하고 하니까...'
그러다가 여름도 지나고 이제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뒷산 산책 겸 등산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요즘 친정부모님이 한창 하고 계신 이 어싱을 나도 해보기로 결심했다.
(친정부모님은 겨울에도 이 맨발 걷기를 하신다. 그리고 정말 많은 효과를 보셨다고 우리들에게 적극 권장 중이시다)
8월 31일 밤
"나 내일 일찍 깨워 줘"
"왜? "
"운동하려고. 니도 내일부터 어싱하려고"
그 순간 남편이 얼굴에는 비웃음이 만연하고
"운동? 이번에는 진짜 하려고?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지은 죄(?)가 있은 여기서 대꾸했다가는 영락없이 또 변명만 하는 내가 될 뿐이다. 남편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게 큰소리칠만한 사람이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 끈기만큼은 내가 어쩔 수 없으므로.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니 미안했는지
"몇 시에 깨워줘?"라고 하길래
"됐어. 내가 일어나서 갈 거고 이번엔는 결과로 보여주겠어" 했다.
맨발로 걷기 첫발딛기
9월 1일
드디어 첫날 뒷산을 맨발로 걸었다. 처음에는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요즘 어싱이 유행이라 맨발로 걷는 분들이 많다고들 했는데 아직 우리 뒷산에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약 1시간쯤 걷고 들어오니 발바닥이 조금은 얼얼한 것 같기도 했지만 집에 와서 마룻바닥을 밟으니 더욱 부드럽게 느껴지는 게 기분은 좋았다.
주말은 쉬었고
집 뒤에 있는 산길
9월 4일
아침에 비가 살짝 온다는 남편의 말에 맘 속에서 두 사람의 내가 싸우고 있다.
"비가 온다잖아. 오늘은 쉬어" VS "아냐, 마음먹었는데 우산이라도 쓰고 나가서 걷다 와야지"
결국 오늘은 쉬어가 이겨서 나가지 않고 늦잠을 자 버렸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비가 그쳐있고 날씨가 좋았다.
두 맘이 또 싸운다.
"어차피 시간도 지났는데 그냥 오늘은 책이나 읽어" VS "아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어서 나가"
이번에는 나가라는 맘이 이겼다.
집을 나서자 마자 바로 만날 수 있는 숲길
그래서 오늘도 뒷산으로 나갔다.
오늘은 지난번 보다 더 대담하게 처음부터 맨발로 걸었다. 그리고 오늘은 맨발 걷기 하시는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음도 놓이고 더 용기가 생겼다.
걷다가 공원 쪽으로 코스를 잡아 집 근처의 무궁화동산 같은 곳도 가 보았다. 이런 곳이 집 근처에 있는지도 몰랐다.
산길을 통해서 연결 도어 있는 한적한 공원
그렇게 한 시간 하고 들어오니 후회했을 것 같은 맘이 뿌듯함으로 변했다.
이렇게 코스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하면 아침마다 재미있을 것 같다. 커피와 책을 들고 나와 이런 공원에 앉아서 커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달 블랫저널 습관 로그에 이 운동칸이 달성으로 꼭 채워지는 그 뿌듯함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