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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Oct 02. 2023

[리뷰] 모순 - 양귀자

모순으로 짜인 세상의 일을 이해해 가는 우리의 삶


'모순(矛盾)' 하면, 모든 방패를 뚫는다는 창과 모든 창을 막아낸다는 방패를 파는 사람이 떠 오르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띠를 사고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사는 안타까운 두 부부가 생각난다.
우리는  이러한 모순, 양면성에 맞닥뜨리며 살아가고 있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등,,, 둘이지만 마치 하나와 같은, 등을 맞대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이 관계들..
이러한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 소설이다.

1998년에 초판이 발행된 뒤 132쇄를 찍으며 스태디 셀러의 위상을 보이고 있는 이 소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고 우리의 삶은 이러한 모순의 연속선 상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스물다섯 살의 '안진진(眞眞)' 眞이 하나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眞眞인데 성이 안 씨여서 이 모든 것을 부정해 버리는 것 같은 안진진. 일란성 쌍둥인 엄마와 이모의 상반된 삶,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른 성향의 두 남자 등이 그녀의 인생에 등장한다.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이것이 정답이고,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내가 행복이라고 바라본 쪽에서는 나를 행복이라고 바라보고 있기도 하기에. 그 양면성 때문에 절대진리가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그렇기에 다양한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 127)'


어떤 행동이나 결단이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일 수 없고 때로는 어떤 이유가 선택의 이유인 동시에 포기의 이유가 돼 버리는 아이런도 비일비재하다.
그것을 합리화라고 규정지어 버리기에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복잡 미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p. 173)'
이모부 같은 사람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이모의 낭만성을 나무라는 것이 내게는 훨씬 쉽다.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p. 232)'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내려앉는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p.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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