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이야기하는 우리의 삶
"그래, 우리의 위치가 모든 걸 결정해, 우리가 감각하는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크거나 절대적으로 작은 것이 없어. 멀고 가까운 것만 있는 거야. 그러니 어떤 대상의 크기는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어. 그 위치가 우리의 의지를 뜻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우리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작게 만들어버릴 수 있어. 그러다가 아주 멀어지면 어떻게 되지?" "소실점으로 사라집니다." 지훈이 대답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물리적 세계에는 그런 소실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지. 지금도 수많은 것들이 그 소실점으로 사라지고 있어 이게 우리가 사는 물리적 세계의 참모습이야. 그럼 그 사라지는 것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뭘까?" (풍화에 대하여 中 p. 137)'
'소설가는 마르고 젖은 존재인 셈이죠. 소설가는 몰라도 되는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그리고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조지 오웰이 광부들의 세계에 대해 말한 것도 다정함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 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 中 p. 113)'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다양한 감정들
뜨거움과 그 뜨거움 사이의 시원함의 소중함
그 수많은 여름들이 모여 내 이야기가 되고 , 삶이 되며 그 기억들이 내 삶을 지켜낸다는 것들을 이렇게 소설로 이야기해 주는 작가의 짧은 글들이 참 좋다.
사랑이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다. 사랑을 통해 나의 세계는 저절로 확장되고 펼쳐진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길.
기뻐하는 것을 더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길.
그러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하길.
그리하여 더욱더 먼 미래까지 나아가길. ( 너무나 많은 여름이 中 p. 266)
''그러므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 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으리라.
내 나이 때의 엄마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먼 훗날 내 나이 때의 열무를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너무나 많은 여름이 中 p.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