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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Jan 31. 2024

[리뷰] 탱크 - 김희재

믿음에 대하여

'믿음' 무엇인가를 믿는 마음. 우리는 대부분 종교적인 신앙을 생각하지만 우리 인간은 특정한 신앙과는 또 다른 '믿음'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완전하지 않기에 자신의 부족함과 힘겨움을 극복하고 소망하는 것, 희망하는 것, 그리고 가능한 미래에 대한 염원등을 그 '믿음'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 믿음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모양과 방법이 다양하고 그 믿음의 주체나 대상 또한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각자의 마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러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탱크'라고 하는, 산속에 덩그마니 놓여있는 직육면체 컨테이너 박스. 사람들은 그곳에 찾아들어 그 믿음을 부여잡고 간절한 기도를 한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 또는 무엇인가를 버리기 위해... 어떤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장소만 있을 뿐이다.
그러한 탱크가 있는 산에 산불이 일어나고 탱크 안에 있던 둡둡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사망을 목격한 양우와 도선.
탱크를 만든 황영경과 그것을 관리 운영했던 손부경.
산불처럼 좀처럼 진화하기 쉽지 않은 믿음에 대한 열망, 그것은 사그라들었다가도 다시 불이 붙어 버리는 불과도 같은 것이다. 계속되는 믿음에 대한 갈구와 그 부당함의 대립은 계속되지만 결국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사그라든 불의 흔적 위에 남아있는 굳건한 믿음은 존재했다.
둡둡의 이야기를 글로 쓴 도선, 다시 삶을 재작해 보려는 양우 그리고 늦게나마 둡둡을 인정하며 후회하는 아버지 강규선,
그렇다. 이런 관계, 사랑에 대한 믿음만큼은 더욱 견고해지길 바라는 그런 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사람들이 그 공간을 믿는 순간부터 이미 변화는 시작됩니다. 텅 빈 공간에서 기도를 하는 순간,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죠. 그렇게 발견한 새로운 자아가 한 번도 내디뎌본 적 없는 세계로 자신을 이끌면 그때부터는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세계에 속할 수 있고 어떤 세계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p. 65)'

'제 인생도 이야기의 한 부분이면 좋겠네요. 아주 낙관적인 작가가 이야기의 끝을 매우 희망적으로 맺어줬으면 좋겠어요. 정확히 제가 바라는 모양은 아니어도 나름 독자적인 궤도로.” (p. 151)'

'시간을 가져봐 부경아.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제대로 생각해 보는 시간 원하는 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너 자신을 제대로 생각해 보는 시간 분명 너의 안에도 무언가를 향한 믿음이 있어. 그 무언가가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걸 타고 가장 밑으로 내려가 다 보면 거기에 너도 모르던 너 자신이 있을 거야. (p. 182)'

'그것은 무언가를 강하게 믿고 희망을 가질 때 따라오는 절망의 문제였고, 세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맞닥뜨리는 재해에 가까웠다고. 그러니 언젠가 당신에게도 재해가 온다면 당황하지 말라고 대신 잠깐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그러면 한 번도 기다린 적 없던 미래가 평생을 기다린 모양을 하고 다가오는 날이 올 거라고. ( p. 261)'


#김희재 #탱크 #한겨레문학상 #믿음 #소설읽기 #북스타스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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