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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Feb 05. 2024

[리뷰]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 정지아

술 떙기는 삶의 이야기



오늘 밤에도 간단히 한 잔을 했다.
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
'술'은 모든 이들이게 좋은 이미지일 수만은 없다. 기호식품(?)이고 그것의 반작용이 순작용보다는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건강에 유익하지 않은 것이고, 과할 경우 이성을 잃으면서 하게 되는 행동들이 반사회적이거나 비이성적이기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술'이 주는 그 오묘한 매력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스스로 적당히 그것을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풍성해지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 한 잔 하고 싶네'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래서 이 책은 밤독서로 마무리했다. 아침부터 읽으면서 술생각이 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최애 술은 조니워커 블루이다. 일명 블루,, 자신의 취향에 딱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술이 있다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이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술이라면 좀 곤란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 주로 소주와 맥주만을 마시다가 언제부터인가 와인을 간간이 마신다. (나의 최애 와인은 칠레산 '에쿠우스'이다)
그러가다 가끔 위스키를 마시게 되었는데 나도 작가처럼 언더락스보다는 스트레이트로 조금씩 홀짝이는 걸 좋아한다.
그 향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라나 뭐라나.. 뭐 그런 흉내를 내보고 싶어서 그랬는데 그게 취향이 돼 버렸다.
우연한 기회에 고가의 위스키를 마셔보기도 하고 가끔 마트 갈 때 대중적인 위스키를 사서 마셔보기도 했는데 왜 오래된 비싼 위스키가 좋다고 하는지 쪼금 알게 된... 그 정도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청춘이었을 때는 그 한 잔으로 청춘을 이야기하며 울고 웃던 게 마치 그때의 특권이라고 되는 양, 그렇게 아랑곳하지 않고 마셨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는 친구를 만나듯 분위기를 즐기고 점점 익어하는 술맛을 느끼게 되었다면 요즘에 마시는 술은 그때그때의 상황 (누구와 무엇 때문에 만나서 술을 마시게 되는지)에 맞게 마시고 즐길 줄 아는 어느 정도의 경지(?)가 되었다고나 할까,,,

처음을 술을 마셨던 순간,
언제 아들래미하고 술 한 잔 하는 날이 올까 했는데 그날이 왔던 순간,
혼술은 절대 못할 것 같았는데 혼술을 해 본 그 순간,
정신없이 먹고 꽐라가 돼서 기억도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리 될 때까지 마시지.. 하며 혀를 끌끌 차 놓고는, 기억을 못 하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느글거리는 채로 깨어났던 순간,,
많은 순간들이 지나간다,
'술' 그 자체를 음식으로 즐기기보다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함께 하는 분위기와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도 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과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깊은 교류 때문이다. 술 없이도 얘기 나누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지만 술이 있고 없고의 그 오묘한 차이는 우리 술꾼들 만이 아는 것이다.
과하지 않게 적당히 조절해 가며 나는 오늘도 나의 술꾼 인생을 살아가련다.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고 신분을 지우고 저 자신의 한계도 지워,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듯,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깨고 나면 또다시 비루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잠시라도 해방되었는데! 잠시라도 흥겨웠는데! (p67)'



'어쩌면 그날의 시바스리갈은 가난과 슬픔과 좌절로 점철된 나의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었다. 짜릿하고 달콤했던 건 위스키의 맛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지난날과의 작별의 맛이었을지 모른다. 그날로부터 나의 변질과 타락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지 아니한가! ( p. 35)'



'한때는 평등을 주창했을 공산당 간부와 함께 마시는 맥켈란 1926 은 그러니까 나에게 타락의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모름지기 평등을 주창했던 자라면 내 아버지처럼 모를 심다 말고 논두렁에서 농민들과 막걸리 한 사발 단숨에 들이켜고 김치 한 가닥 쭈욱 찢어 우걱우걱 씹어줘야 제격 아니겠는가.(p. 139)'



'술이 소화제라는 명언은 정말 술 덕분에 얹혀 있는 무엇인가를 쑥 내려본 경험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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