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떙기는 삶의 이야기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고 신분을 지우고 저 자신의 한계도 지워,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듯,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깨고 나면 또다시 비루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잠시라도 해방되었는데! 잠시라도 흥겨웠는데! (p67)'
'어쩌면 그날의 시바스리갈은 가난과 슬픔과 좌절로 점철된 나의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었다. 짜릿하고 달콤했던 건 위스키의 맛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지난날과의 작별의 맛이었을지 모른다. 그날로부터 나의 변질과 타락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지 아니한가! (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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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평등을 주창했을 공산당 간부와 함께 마시는 맥켈란 1926 은 그러니까 나에게 타락의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모름지기 평등을 주창했던 자라면 내 아버지처럼 모를 심다 말고 논두렁에서 농민들과 막걸리 한 사발 단숨에 들이켜고 김치 한 가닥 쭈욱 찢어 우걱우걱 씹어줘야 제격 아니겠는가.(p.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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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소화제라는 명언은 정말 술 덕분에 얹혀 있는 무엇인가를 쑥 내려본 경험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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