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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Feb 16. 2024

밸런타인데이

아침에 남편과 함께 뒷산 산책을 나갔다.

산책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살 것이 있어서 동네 편의점을 들어갔는데 마침 초콜릿이 눈에 띄었다.

그것을 보고 '아 오늘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사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남편에게

"초콜릿 하나 사줄까?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네" 했더니

"됐어"라고 말한다.

"왜, 저 봉지에 들어있는 거 하나 사서 심심할 때 까먹으면 좋잖아." 했더니

"그러러면 저 봉지 가지고 안 돼. 한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니까" 한다.

이게 결혼 33년 차 부부이 밸런타인데이 대화이다.


밸런타인데이는 로마시대 어느 황제가 전쟁 때문에 젊은이들의 혼인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버리자 성직자 밸런타인이 법을 어기고 몰래 젊은이들의 결혼을 집전하다가 그것이 알려지자 순교를 당하게 되고 순교일인 2월 14일에 그를 기리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키워나가기 위한 기념일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밸런타인데이, 와이트데이, 무슨무슨 데이가 되면 그날을 기념하기 위한 초콜릿이며 사탕이며 이런 것들로 온통 거리가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그 선물의 크기와 값어치가 사랑과 정비례하는 것처럼.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워낙 힘든 시기여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실속파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자라면 너무 안타깝지만 후자라면 자신들의 사랑의 표현을 방식을 일반적인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키워나가는 것 같아 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초콜릿은 살찌고, 이에도 안 좋으니까 생략하고 이따가 저녁에 짠!! 그게 좋겠지?"

"그렇지 그게 좋지"

이것이 이번 우리 밸런타인데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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