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 &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
'눈물을 불러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말로 모르겠어. 어쩌면 요즘 우리 생활의 압도적인 피로가 그간의 정신없던 하루하루가 마침내 내 뒷덜미를 잡아서일까, 아니면 오루호가 독한 술이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그저 추위와 미닫이 유리문 너머에서 깊이 잠든 당신 모습. 그것이 주는 어떤 상실의 감각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단순히 그렇게 오랜만에 -그제야 깨달았지만, 사 년 만이었어- 담배에 불을 붙여놓고는 연기를 들이마시기도 전에, 담배 연기를 폐 속으로 빨아들이기도 전에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이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당연히 그 담배에서는 -지금껏 흘러온 시간만으로도 쿰쿰해지고 마르고 쪼그라든 그 담배에서는 - 내가 기억하는 맛이 전혀 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p28 '담배'中)'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p92 '첼로' 中에서)'
'"부모가 되면 사람이 바뀐다 어쩐다. 다들 얘기하잖아요." 린지가 말했다. "뭐, 물론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 흔히 떠올리는 변화와는 다를 뿐이죠. 뻥 뚫린 마음이 채 워진다거나 하진 않아요. 무언가를 해결해주진 않죠. 그저 달라질 뿐이랄까요? 때로는 더 좋게, 때로는 더 나쁘게.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전과 다르게." (p181 '실루엣'中)'
'"영화의 끝부분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모른다고요. 그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을 찾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어요." (p282 '히메나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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