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주는 서사의 자락들
'무엇보다도 내가 가볍고 단순해지려는 사심이 있었다. 무겁고 복잡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때로 그 가벼움과 단순함이, 마치 어느 잠 안 오는 새벽 창문을 열었을 때의 서늘한 공기처럼, 삶이 우리의 정면에 만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것을. 신념을 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이 지속된다는 것이야말로 새삼스럽고 소중한 일임을. (p. 10)'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복잡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그것을 의식하는 한 누구나 섬세함이라는 상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존재이므로 나의 틀 안에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다. ( p. 96)'
'우리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는 현재 속에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의 나에 대한 상상이 현재의 나를 바꾸는 것이라고. 그리고 과거를 장례 지내는 것은 현재의 삶에 보내는 간곡한 기도라고 좁고 어두운 동굴 속에 사랑하는 이들의 뼈를 가지런히 늘어놓았던 별의 인간, 호모 날레디가 그랬듯이 말이다.(p. 138)'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든 물건이든 필요한지 아닌지로 나누기 십상인데, 그 윗단계에는 '그냥'이라는 경지 가 있다, 고 주장해 본다. ( p. 221)'
'초보가 된다는 것은 여행자나 수강생처럼 마이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 들어가는 것, 친구와 멀어지는 것, 어떤 변화와 상실.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낯선 일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다. 그러니 '모르는 자'로서의 행보로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훈련 한두 개쯤은 해봐도 좋지 않을까.( p. 147)'
'이런 식으로 나는 또 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모두 변하고 있다. 어제와는 조금쯤 다른 사람이고, 그리고 그 다름들이 모여 나의 인생이 되는 것이겠지. (p.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