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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Sep 24. 2024

[리뷰] 리틀 라이프 1 - 한야 야나기하라

삶 속의 어둠과 고통을 마주한 이야기.....


내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내 인생을 '무엇' (그것이 명사이든 형용사이든)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지만 지나온 인생은 '무엇'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뉴욕, 그곳에 나름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며 도약하는 네 젊은이가 있다. 그들은 대학시절 같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4인방인데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뉴요커들이다. 초반에는 제이비, 맬컴, 윌럼 그리고 주드. 이 4명의 배경이야기와 그들의 관계 및 주변의 이야기들이어서 '왜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그들은 개성 있고 유능한 화가(제이비)였고, 실력 있는 건축가(맬컴)였으며 멋진 배우(윌럼) 그리고 냉철한 변호사(주드)였기에 과거가 조금씩은 다르더라도 현재의 위치는 그런 것들을 상쇄시킬 수 있을 텐데.. 하는 세속적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주드의 암울했던 과거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주드는 잘 생기고, 요리도 잘하고, 피아노 연주도 잘하는, 다정하고 또 일에 있어서는 냉철한 변호사이다. 다만 그는 다리가 불편하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자해한다. 과거의 불행을 딛고 성공한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그의 과거는 그의 현재를 옭아매는 족쇄였도, 족쇄이고 족쇄일 것이다.
1권의 중후반부로 가면서 왜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점점 이해가 되었고 그래도 그의 곁에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지켜주려고 하는 이들이 있음에 안심을 하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열지 않았던 과거의 문을 윌럼에게만은 열어 주면서 1권은 마무리가 된다. 2권에서 그의 본격적인 과거가 들어 날 것이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변의 인물들의 위로와 함께 주드의 삶이 등식의 공리에서 벗어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공식에 대한 맹신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권을 바로 읽고 싶은 맘과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조금 텀을 두자는 마음이 공존하는, 그런 책 읽기 중이다.

'본능이 그래선 안 된다고 하는 일들을 슬쩍 보아 넘기고, 의심되는 일들을 피해 달아난다. 우정의 증표는 적정 거리를 지키는 데,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눈앞에서 문이 닫히면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대신 돌아서서 가버리는 데 있다는 걸 이해한다. ( p. 112)'
'"아직 그 일이 생생할 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야. 아니면 절대 이야기하지 않게 될 거야. 어떻게 그 이야기를 하는지 내가 가르쳐줄게. 왜냐하면 더 오래 기다릴수록 그건 점점 더 힘들어질 테고, 안에서 곪을 테고, 넌 언제나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물론 그 생각은 잘못된 거지만, 그래도 넌 언제나 그 생각을 할 거야." (p. 156)'

'"너한테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너만의 방식을 발견하게 될 거야.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래야 해. 하지만 네 인생은 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간에 하나도 부끄러워할 거 없어. 그리고 그 어떤 일도 네 잘못은 아니야. 그거 기억해 줄래?" (p. 157)'


'내가 보기에, 우정의 오랜 요령은 너보다 더 나은 사람들 - 더 똑똑하거나 멋진 사람들이 아니라 더 친절하고 더 아량 있고 더 관대한 사람들-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친구들이 네게 가르쳐주는 것들에 감사하고, 친구들이 너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아무리 나쁜- 혹은 좋은 - 말이라도 경청하려고 허고, 그들을 믿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게 제일 힘든 일이야. 하지만 가장 좋은 일이기도 해. ( p. 312)'
'등식의 공리란 X는 항상 X와 같다는 것이다. 이 공리는 X라 는 개념이 있다면, 그것은 항상 자신과 등치해야 한다고, 자신 만의 독특성을 가진다고, 도저히 환원할 수 없는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그것은 항상 절대적으로, 불변으로 그 자신과 등치 한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그 기본성이 절대 바뀔 수 없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 항상, 절대, 결코, 이것들은 숫자들만큼이나 수학의 세계를 구성하는 단어들이다. ( p.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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