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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Oct 18. 2024

[리뷰] 이 중 하나는 거짓말 - 김애란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 한 사람씩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 어떤 친구들일까, 하는 기대와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지, 하는 걱정과 고민이 함께 했던 그런 시간이었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 이것은 지우, 소리, 채운의 반에서 하는 자기소개의 방법이었다. 자신에 대해 5개의 문장을 이야기하되 그 문장 속에는 거짓말이 한 문장 있어야 하고 그 거짓을 친구들이 알아맞히면 나머지 네 문장은 자연스럽게 참이 되는,,
그런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 아이들은 각자 추측을 하게 되고 해명과 부인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그게 자연스러운 자기소개가 되어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거짓말은 하면 안 돼'라고 듣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
이 소설의 세 인물인 지우, 소리, 채운도 각자의 비밀과 거짓말을 안은 채 이제 막 고치에서 탈피하려고 하는 유충처럼 움츠리고 있다. 그들은 한 반 친구들이지만 서로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무언가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지우가 기르는 도마뱀 용식이, 지우가 연재하는 웹툰과 웹소설, 소리의 신비한 능력 그리고 채운의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그래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다.(책소개中)


그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서로의 그 비밀과 거짓을 통해 유충을 탈피를 벗는데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성장의 과정에는 자양분이 될 만한 좋은 것들이 필요하다. 설사 그것들이 그들에게는 고통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찬란히 날개를 펴고 멋진 모습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으로 책을 덮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이⋯⋯⋯⋯⋯ 있어서?
소리가 신기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난 반댄데.
- 뭐가?
-난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지우가 잠시 먼 데를 봤다.
-이야기에 끝이 없으면 너무 암담하지 않아? 그게 끔찍 한 이야기면 더.
소리도 시선을 잠시 허공에 뒀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시작조차 안 되면 허무하지 않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잖아.
-그런가?
-응. (p. 66)'


'지우에게 책을 읽어주던 어른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다정했다. 그건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이들의 평온함,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얼마나 난폭하든 또는 얼마나 위험하는 주인공도 또 자신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아는 이들의 온화함이었다. ( p. 9)'


'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간 것뿐'이라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다.'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 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그땐 그게 무슨 말인 지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재능은 있되 그게 압도적인 재능은 아님을 깨달아서였다. 사실 그걸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p. 130)'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 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나침반 속 바늘이 미지의 자성을 향해 약하게 떨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 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 지우는 '그렇다'라고 생각했다. 다만 거기에는 조금 다른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 p.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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