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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호사 Oct 01. 2022

신생아 중환자실을 떠나는 엄마

# 신생아 중환자실 # 퇴원 # 불안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기가 있는 보호자인 엄마는
퇴원을 애타게 기다린다


 병원에 입원한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가 그러하듯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기가 있는 보호자인 엄마는 퇴원을 애타게 기다린다. 더욱이,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이를 맡기게 된 엄마는 아기의 건강한 모습을 바라고 있다. 허리를 끊어내는 것과 같은 자연분만을 경험했거나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경험하는 제왕절개든, 모든 산모는 아기가 어딘가 아파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아기의 퇴원 소식을 너무나 기다린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퇴원을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충분한 영양공급으로 체중이 안정적으로 늘어야 하고 외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스스로 체온조절을 하며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또한 입원하게 된 질환에 대한 치료와 검사가 종료돼야 한다.



 복잡한 기준들이지만 쉽게 설명하면, 다른 신생아처럼 집에서 생활하는데 특별한 문제없이 안전한 상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작게 태어났던 아기는 충분히 컸고, 숨을 쉬기 어려워하던 아기는 숨을 잘 쉬게 됐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퇴원의 소식을 들은 엄마의 마음은 대부분 2가지 생각이 지배적이다.     





 일주일 전에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엄마는 아기가 출생 직후 숨 쉬는 게 힘들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1주일 동안 전전긍긍하며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나의 문제는 아닐까?’, ‘만삭으로 태어났는데 왜 숨 쉬는 게 힘들까?’, 정말 많은 생각에 우울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었는데, 1주일 정도 지나 퇴원을 해도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일 면회에 찾아가 만나던 우리 아기 좋아지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무려 숨 쉬는 게 힘들었던 아기인데 ‘1주일 만에 다 나은 게 맞을까?’, ‘만약에 집에서 숨을 못 쉬면 어떡하지?’ 분명 퇴원을 기다렸지만, 지금도 빨리 우리 아기를 내 품에 안고 싶지만, 1주일 만에 퇴원하는 것에 두려움이 앞선다.   

  



 실제로 근무를 하면서 퇴원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했을 때, 꽤 많은 수의 엄마들이 진짜 퇴원을 해도 되는지 묻는다. 특히 초산모인 경우 ‘스스로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기 때문에 더욱 아기의 상태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1달 가까운 기간 동안 입원 치료를 한 엄마의 경우에는 조금 더 나을까?     




 출생체중 1500g의 저체중아, 미숙아로 아기를 낳은 아기의 엄마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익숙하다. 

1달 동안 매일 드나들며 눈에 익숙한 간호사 선생님도 있고, 매일매일 눈에 보이게 자라는 모습, 치료를 받으며 바뀌는 아이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드디어 퇴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피 말리는 1달의 치료기간 동안 꿈꿔왔던 시간인데 막상 소식을 들으니 두렵기만 하다. 

아직도 내 눈에는 작은데, ‘이렇게 심각했던 아기를 집으로 데려가서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집에서 숨쉬기 힘들어하는 응급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기가 입원한 엄마에게 얼마나 입원했는지, 질환의 중증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나의 아기가 병원에 오래 있었다는 것은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기보다는 더 아팠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반면에 짧게 치료를 받은 것은 아기의 질환정도가 가볍다기보다는 충분한 치료를 받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이렇듯 엄마는 아기와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객관적일 수 없다. 그래서 얼마나 심각한 질환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엄마들은 퇴원을 앞두고 불안감을 갖는다




역시나 아기는 엄마와 같이 있는 것이
엄마와 아기 모두를 위해 좋은 일

 어차피 병원은 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끝난 경우에 퇴원을 미룰 수도 없다. 더욱이 엄마는 아기와 매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기쁨에 두려운 마음을 마음 한편으로 미뤄내기도 한다. 그래서 근무를 하면서 보게 되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퇴원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을 드러내지만 퇴원에 앞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마다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뒤로하고 퇴원을 하는 날 엄마들은 아기를 안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웃는 모습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을 떠난다. 전날 퇴원 소식을 듣고 아기를 걱정하던 모습과 달리 아기를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아기는 엄마와 같이 있는 것이 엄마와 아기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런 날을 기대하는 엄마의 마음과 같이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도 퇴원 날을 기대하며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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