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햄버거.
토요일인데 여섯 시에 일어났다. 큰 아이가 코감기에 걸렸다. 새벽녘 코를 킁킁 대다가 결국엔 잠이 깨 버린 시간이 아직 어둑어둑 한 여섯 시. 큰 아이가 코감기에 걸리면 감기보다 무서운 것이 새벽 기상이다. 코가 막혀서 새벽녘에 킁킁거리다 그냥 일어나 버리는 아이. 그 아이와 한 몸인 듯 나도 몸을 일으킨다. 여섯 시.
아이는 어제 보다 만 책을 보다가, 종이 접기를 하다가, 색종이 로봇을 가지고 놀다가,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낸다. 코를 킁킁 거리며. 선잠을 깼는데도 짜증 내지 아니함에 그저 감사할 뿐. 나도 어제 보다 만 책을 좀 보다가 아침을 준비한다. 냉동실에서 함박 패티 얼려 둔 것을 꺼내고, 토마토를 썰고, 샐러드용 베이비 시금치를 씻어 둔다. 둘째와 남편이 일어나면 굿모닝 버거를 만들 생각으로.
얇게 눌러서 얼려 둔 패티는 냉동실에서 꺼내 두면 금방 녹는다. 동글동글한 미트볼 보다 해동이 쉬워서 미트볼보다는 납작하게 누른 패티를 선호하게 되었다. 똑같은 반죽으로 동그랗게 빚으면 미트볼, 납작하게 눌러 빵에 끼우면 햄버거 패티, 소스를 만들어 밥에 곁들이면 함박 스테이크,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오늘은 모닝 빵에 들어갈 예정이니 이것은 햄버거 패티이다.
맥도널드에 가끔 간다. 주로 아이들은 햄버거보다는 감자튀김과 너겟을 주로 먹고, 먹는 것보다는 해피밀 세트에 끼워져 나오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린다. 햄버거는 양상추가 맘에 안 든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핑계를 대며 먹는 둥 마는 둥, 감자튀김만 케첩에 듬뿍 먹는다. 햄버거는 사실 아이들이 앙 하고 한 입에 먹기엔 너무 두껍고 크긴 하다. 소스만 입에 잔뜩 묻거나, 다 고기 패티 같은 내용물은 다 흘러내리고 채소만 입에 물게 되니 햄버거 먹기를 꺼리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맥도널드에 가면 간식도 끼니도 아닌 어정쩡한 식사를 하게 되어 난감하다. 분명 배는 부른데, 먹은 것은 감자튀김 밖에 없으니 밥을 따로 먹여야 할 것 같고, 패스트푸드로 더부룩하게 속을 채운 배부른 엄마가 배가 고프지 않은 아이에게 또 뭔가를 먹이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맥도널드는 주로 아빠가 데려간다. 내가 없을 때.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그렇게 건강에 나쁜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빵과 고기, 적당량의 채소가 들어가서 영양소가 고루 어우러졌으니 말이다. 햄버거보다는 감자튀김과 콜라, 그리고 일부 지점의 위생과 조리과정의 문제 때문에 조금 이미지가 안 좋아진 케이스가 아닐까. 햄버거 좋은데, 맛있는데, 이래저래 맥도널드에서는 햄버거를 먹질 않으니 집에서 한번 만들어서 먹어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오늘 아침으로 해 먹었다. 일찍 일어난 김에.
햄버거 전용 소스가 따로 없어 그냥 냉장고에 있는 허니머스터드, 마요네즈, 케첩을 사용하였다. 모닝빵에 먼저 바르고 치즈를 끼우고 고기를 올리고 토마토를 올리고 양상추 대신 베이비 시금치를 끼웠다. 편하게 먹으라고 햄버거를 손으로 꾹꾹 눌러 납작하게 해 주고 손으로 남은 토마토도 집어먹었다. 아이들은 제 몫의 햄버거를 손으로 들고 먹은 것이 처음이었다. 다음에 더 크면, 여기에 치즈는 더블로, 고기는 트리플로 넣어서 먹기로, 원하면 계란 프라이도, 햄도 구워서 먹어보기로 한다.
엄마표 햄버거는 성공, 주말 아침의 든든한 브런치도 성공, 다만 감자튀김이 없어 햄버거 세트가 아니어서 그건 좀 유감이다. 토요일인데 늦잠을 못 자고 여섯 시에 일어난 것이 가장 큰 유감이고 말이다. 조만간 오랜만에 맥도널드에 가자꾸나, 너희는 너희 먹고 싶은 (갖고 싶은) 세트를 고르고, 엄마는 그것이 먹고 싶다. 오레오 맥플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