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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21. 2022

설명하는 아이

7+5가 12가 되는 과정. 

 큰 아이의 초등 입학을 앞두고 수학 학습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열 손가락 안 쪽에서 왔다 갔다 하는 간단한 셈이어서 집에서 딱히 할 건 없었는데 이젠 10을 넘어가는 수의 셈을 시작하게 되어 집에서도 하루에 한 장 정도 연산 학습을 한다. 


아이의 수학 공부를 알아보며 새롭게 알게 된 말들이 있다. 모으기, 가르기, 10 만들기, 10의 짝꿍수 같은 것들.  더하기 빼기라는 수식을 공부하기 전에 배우는 간단한 개념들인데 요즘 수학은 그냥 무작정 외워질 때까지 많이 풀기만 했던 나의 어린 시절 산수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수학도 사고력 수학, 서술형 수학 이라더니 더하고 빼는 과정을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고 더해지고 빠지는 과정을 암산 전에 구체물로, 10 만들기라는 개념으로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정말 신박하다. 7+5 =12, 13-6= 7의 값이 아니라 과정으로 배우다니. 이런 선진적인 수학이라니! 나는 그냥 손가락 발가락을 세었고, 그저 한 바닥 가득 적힌 산수문제의 답을 써내는 것이 지긋지긋했는데 말이다. 물론, 30년 전 나의 국민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너도 그렇게 가르쳤어!! 선진적으로!!!라고 하신다면, 내가 나도 그렇게 배워놓고 홀랑 까먹어 버린 거라면 할 말이 없다. 나는 그만큼 수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7+5가 12가 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7에서 5를 한꺼번에 더하려면 어려우니까, 먼저 7을 10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5를 3과 2로 갈라서 7과 3을 모아 10을 만들고 나머지 2를 더하여 12가 되는 것이다. 13-6이 7이 되는 과정도 비슷하다. 한꺼번에 빼는 것은 어려우니 6을 3과 3으로 갈라서 13에서 3을 먼저 뺀다. 그렇게 10을 만든 다음 남은 3을 빼서 7을 만드는 것이다. 알겠으면 엄마한테 설명해 보라 하니 제대로 설명을 한다. 한꺼번에 확 빼려면 어려우니까 말이야, 가르는 거야, 하며 말하는 것이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 이해했으면 많이 풀어서 자동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아마 나도 오랜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인 데이터로서 7+5가 12 임이 자동으로 나왔을 것이다. 너무 오래전에 배워서 그 과정을 설명할 필요도, 설명할 기회도,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을 뿐. 

 

이러나 저러나 손가락은 필수.


머리로 과정을 이해하기 전에 구체물, 즉 수 막대나 수큐브를 사용하여 더하고 세는 방법으로 시작해도 된다 하여 수큐브를 구매하였는데 오히려 구체물을 쥐어주니 세다가 실수를 한다. 두 개를 뜯어 내야 하는데 세 개를 뜯어 낸다던가 하나, 둘, 셋, 하고 세며 세었던 것을 또 세어 오류가 난다던가 하는 실수들 말이다. 이 수큐브는 아마 더 큰 수의 덧셈 뺄 샘을 할 때에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열 개를 한 묶음으로,  

 

오랜만에 덧셈 뺄셈을 하니 간단한 모든 것들도 다 과정이 있고, 이유가 있게 값이 도출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다. 무작정 외우려 하지 말고 과정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 해졌다는 사실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최소한 어린아이들에게 수식을 먼저 던져주지 않고 말로 풀어 설명해주며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라때의 산수와 요즘 수학의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진다. 

 

집에서 엄마표 영어는 했어도 수학까지 할 생각은 안 했는데, 생각보다 할 만했다. 아이가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지, 정말로 알고 하고 있는지를 내가 알 수 있어서 좋고, 아이도 알 때까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할 수 있으니 그것 역시 좋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서 앞이 아득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수학 공부를 지켜보며 나도 배우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좋게 생각한다. 아마 아이와 같이 배우거나, 시간이 더 지나면 아이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학은 잘 못 했는데, 요즘 들어 내 인생에서 수학이란 존재를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애 키우며 조금씩 다시 공부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보던 찰나에 아주 잘 되었다. 삼각함수까지! 나도 다시 도전한다. 나이가 쉰이 되기 전까진 아이보다 내가 공부를 더 잘하고 싶은데, 욕심인가. (하랄 땐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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