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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an 18. 2023

코스트코 신상, 피타 브레드

나중에 튀르키예에 가서 먹어보자.

코스트코에서 피타브레드라는 신상을 집어왔다. 중동지역에서 먹는 식사빵이라고 한다. 가운데 공갈빵 같은 구멍이 있어서 포켓브레드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담백하고 쫄깃거리는 맛이 괜찮다고 하여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가격은 빵 여섯 개에 9900원으로 다른 코스트코 베이커리 제품들, 이를테면 베이글, 두 줄 가득 들은 식빵등의 엄청난 가성비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지만 다른 물가를 생각하면 이렇게 커다란 식사 빵 여섯 개가 만원도 안 한다는 건 싼 편이다.


아이들은 아침으로는 밥을 먹지 않는다. 아침 식사는 하는, 밥으로는 먹지 않는 편이다. 주로 빵이나 시리얼, 죽을 먹는 편인데 시리얼은 너무 과자 같고, 죽은 너무 금방 배가 고파질 것 같아 계란과 치즈를 이용한 토스트를 자주 해 준다. 고칼로리로 든든하게 먹여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 식빵이나 모닝빵이 질려가던 차에 피타브레드라는 신상 빵이 나왔으니 당장 먹어봐야지, 근데 어떻게 먹지?


일단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모양, 딸기잼과 치즈를 넣어 주었다. 식빵보다 담백하고 쫄깃거리고, 모닝빵처럼 가운데를 빵칼로 잘라낼 필요가 없이 싹둑싹둑 가위질만 하면 되니 편하다. 정말 주머니처럼 속이 벌어져서 그 안을 채워 넣었다. 나한테는 쫄깃거리는데 아이들에겐 질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먹고 간다. 안 먹을까 봐 조금만 주었는데 리필을 해서 둘이 한 조각을 과일과 함께 다 먹고 갔다. 그다음 날엔 계란 샐러드를 만들어 속을 채워 넣어 주었다. 역시나 맛이 괜찮은 모양이다. 모닝빵이나 식빵으로 계란 샐러드 속을 채워 넣는 것보다 덜 흘러내려 먹이는 엄마도, 먹는 아이들도 편하다. 빵의 식감도 나는 참 맛있었다. 나는 너무 부드럽기만 한 빵보다는 질감과 힘이 느껴지는 빵결을 더 좋아한다. 호밀빵은 아이들이 안 먹어서 잘 사지 않았는데 이 빵은 통곡물보다는 하얀 빵이긴 하지만, 그래도 버터가 듬뿍 들은 식빵보다는 건강한 느낌이다.



 그다음엔 뚜껑을 잘라내어 피자로 만들어 먹었다. 아이들은 반죽을 치대는 재미에 피자도우부터 만들자고 했지만, 이 빵을 뚜껑처럼 오려내서 뚜껑에도 피자를 만들어 보자며 쿠킹클래스를 열어주니 열심이다. 살라미와 버섯을 잔뜩 넣어 볶아서 속을 만들고 치즈와 올리브를 올려 살짝 구워내었는데, 구우면서 빵이 딱딱해지면 어쩌나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겉바속촉, 맛있는 피자가 완성되었다. 정통 피타브레드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코스트코 제품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진 감이 안 오지만, 이색빵 체험은 아주 맛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화덕에 구워 먹는 인도식 난 같기도 하여 카레에 찍어 먹어도 좋을 것 같고 왠지 고기와 채소를 빵빵하게 채워 넣고 고수를 솔솔 뿌려 샌드위치를 해 먹어야 정석일 것 같지만 그렇게 까지는 아직 무리이다. 애들은 빵을 잘라내니 주머니가 생기는 것이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나중에 터키에 여행 가면, (다른 중동 국가들도 많지만, 엄마는 터키가 가보고 싶어서) 우리 진짜 요리사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피타 브레드 먹어보자 하니, 큰 놈이 하는 말이 터키가 아니라 이제 튀르키예라고 한다. 그래 이 놈아. 튀르키예에 가서 먹어보자. 너희가 환장해 마지않는 튀르키예 아이스크림도 함께 말이다.


소비기한은 매우 짧은 편,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내돈내산 피타브레드 이야기 끝.

샌드위치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채소, 햄, 치즈 넣어 제대로 해 먹고 싶은데 딸기잼만 발라 먹다 끝났답니다.

애들도 잘 먹을 만큼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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