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죠?
토마토를 자주 먹는 편이다. 김치를 안 먹는 아이들의 식판에 김치처럼 놓아주기도 하고, 라따뚜이나 파스타 같은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양파와 소고기 토마토를 넣고 푹 고아서 원빈과 이나영이 먹는다는 건강식, 토마토 수프를 만들기도 한다. 과일과 채소의 사이에 있는 토마토는 우리 집 단골 식재료이다.
완숙 토마토 한 박스를 세일가에 구매했다. 그냥 썰어서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얹기도 하고, 라따뚜이로도 만들어 먹었지만 토마토 한 박스는 좀 많다. 그럴 땐 토마토를 얇게 썰어 설탕 절임을 한다. 토마토 설탕 절임. 토마토는 설탕과 먹으면 토마토가 가진 비타민을 설탕이 다 파괴한다며 그렇게 먹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뉴스도 자주 보았다. 식품, 식생활 관련 기사들 중에는 유용한 것들도 있지만 조금 과하게 오버하는 기사도 많다. 개인적으로 명절 음식 칼로리 기사와 토마토 설탕 절임에 관한 기사, 그리고 도대체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는 커피와 우유에 관한 기사들이 그러하다. 웬만해선 클릭하지 않는 편인데 제목이 워낙 자극적으로 나오니 나도 모르게 클릭해서 읽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또 낚였군.
이번에 산 토마토는 어쩐지 요리에 다 쓰지 못하고 남을 것 같아서 남아서 무르거나 썩기 전에 설탕 절임을 했다. 설탕을 팍팍 치기엔 무언가 죄책감이 들어 설탕과 스테비아가루를 반반 섞었다. 그리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단 맛을 극대화시키려 소금도 한 꼬집 넣었다. 토마토를 얇게 저며 설탕 가루를 뿌리고, 그렇게 켜켜이 설탕을 얹은 토마토 절임 한 통이 완성되었다. 그냥 먹는 것보다 몇 시간 냉장고에 재운 후 설탕이 다 녹고 토마토의 수분이 달착지근한 토마토 국물이 되어 나오면 그때가 제 맛이다. 어릴 적 여름이면 먹던 그 맛, 다른 집은 서로 국물 마시겠다고 싸우기도 했다던데 나는 그런 기억은 없다. 다만 옥상에 있는 평상에 앉아 엄마가 갖다 준 토마토 설탕 절임을 시원하게 먹었던 그 맛을 기억한다. 달콤하고 시원한, 기분 좋은 맛.
그리고 언제부턴가 토마토 설탕 절임을 먹을 일이 별로 없어졌다. 다른 달콤한 과일이 많아졌고, 과일 말고도 디저트로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리고 토마토를 요리에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후로는 더욱 토마토를 설탕에 절여 먹진 않게 되었다. 구워 먹고, 볶아 먹고, 끓여 먹느라 바빴나 보다. 오랜만에 토마토를 설탕에 절인다. 설탕을 켜켜이 쌓으며 이 맛있는 걸 왜 잊고 있었지?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설탕이 비만을 유발하고, 설탕과 토마토의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우리가 간식으로, 디저트로 먹는 다른 가공식품에 비하랴,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건강에 좋지 않다 해 버리면, 토마토 설탕 절임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아이스크림은 먹으면서, 나는 왜 안 돼? 하고 말이다.
여름이 제철인 빨간 토마토라, 토마토 설탕 절임은 보통 여름날, 옥상에서 먹었었는데 아직 초봄인 쌀랑한 날씨에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토마토를 먹으니 몸이 으슬으슬 추워온다. 그래도 익숙한 맛, 옛날 생각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은 따뜻하다. 요리용 식재료로 토마토도 훌륭하지만, 디저트로, 간식으로 설탕 뿌려 먹는 토마토도 훌륭하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간식류들에 비하면 성분도 심플하고 훌륭한데 설탕 뿌린 토마토를 너무 안 좋게 보는 기사는, 정보는 고맙지만 자주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괜히 먹으면서 마음만 불편하게.
토마토 본연의 맛을 즐기는 첫째는 설탕 절인 토마토가 약간 어색한 것 같은데 단 것 좋아하는 둘째는 완전히 취향 저격인 듯 낼름 낼름 집어먹고 국물까지 후루룩 마신다. 만연의 미소. 너의 기억에도 토마토 설탕절임이 들어가겠구나, 그렇게 우린 같은 음식의 추억을 공유한다. 첫째야, 너도 먹어봐.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