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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Aug 22. 2022

자유. 조너선 프랜즌 장편소설

나의 자유는?

일단은 두껍다. 여백도 좁고 글씨도 빡빡하다. 등장인물들을 조금 깊게 파헤치는 편이, 나와 결이 다르다고 느껴지면 급격히 흥미를 잃을 수 도 있겠다. 등장인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사람의 어느 면을 비추느냐에 따라 면면이 너무 다른데, 그래서 책의 독후 감상이 사람마다 매우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쥐가 코끼리를 만지듯, 다리를 만진 생쥐는 기둥, 코를 만진 생쥐는 낭떠러지, 꼬리를 만든 생쥐는 미끄럼틀, 귀를 만진 생쥐는 커다란 부채라고 했던 <일곱 마리 생쥐 이야기>라는 아이들의 동화가 떠오를 만큼, 어느 포인트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모든 독후 감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큰 재미가 될 듯하다.



https://brunch.co.kr/@niedlich-na/19


어제는 환경오염, 인구 과잉에 대해 집중이 되었다. 45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는데 제목이 왜 자유인가에 대해서는 딱히 해답을 찾지 못한 탓에 완독의 의지가 불타기도 했다. 오늘 지금 새벽 한 시 다 되어가는 시간 완독을 했다. 여기서 내가 느낀 자유란 제목이 내가 결혼식에서 신랑에게 너는 내가 가장 나 일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고맙다고 한 순간이 떠올랐다.


인물들은 다 어딘가에 얽혀 있고, 빚지고 있고, 자기를 감추며 불편해 한다. 익숙함을 쫓는 본능을 감추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움을 탐닉한다. 반항을 하려 본심을 숨기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나인데 내가 아닌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정도의 차이이지만 나도 그러하다.


나는 엄마여야 하고, 며느리여야 하고, 아들 친구의 이모여야 하고, 동네의 이웃이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남편에게는 그냥 나 일수 있다는 점인데 그것이 그렇게 고맙고 행복인 줄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다시 느꼈다.


 이 책의 나오는 중년 부부는 (나는 아직 중년까지는 아니지만) 연애 때부터 부부관계, 이웃 관계, 가족 관계에서 가장(假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너를 괴롭히려 나를 학대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면서도 종국엔 양심의 가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표현도 서툴다. 그러다가 결말에 자유, FREEDOM에 이르러 모두가 일부를 내려놓고, 일부를 감수하며, 일부 행복해지는 자유를 얻는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이 책의 제목, 자유는 내가 나 일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엄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이 잘리던 그 순간부터 나이지만, 내가 나인 순간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정도가 더 해졌지만 생각해보면 옛날이라고 크게 달랐을까. 싶다. 공부하던 학창 시절, 한참 나와 남 사이에서 갈등하던 청년시절엔 내가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다.


지금도 몇 년째 여전히 익숙지 않은 살림과 육아, 지긋지긋한 식사 준비를 하며 자유를 갈망한다. 그런데 그 자유가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다. 애 떼놓고 나가는 거? 밥 한 끼 해피밀로 때우는 거?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근본적인 자유가 아니다.  자유를 선용하라. USE WELL THY FREEDOM.라는 구절이 인용되는데 나의 자유는 무엇일까. 선용인가 악용인가.


아쉬운 점은 미국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라서,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 911 테러에 이어지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면면, (제3 국인의 입장과 자국민의 입장은 다를 테니.) 무식이 죄인지 완전히 뽕을 뽑아 먹은 것 같진 않은 아쉬움이 있다.


나한테 뭐 먹을래? 물어보면 대답은 거의 떡볶이 이다. 그래서 남이 먹고 싶은거 따라 먹는게 좋다. 생각지도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때가 많아서.


김영하 북클럽의 가장 큰 장점은, 마치 친구가 내가 생전 구경도 못 해본 식당에 데려가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을 먹어보라고 사주는 느낌의 경험을 하는 기분이다. 나는 보통 먹는 것만 먹는 사람이고, 먹는 것만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이고, 새로운 음식에 대해 편견이나 거부감이 없고 호기심도 많지만, 그저 귀찮아서 익숙한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 친구의 손에 전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그런 느낌이 좋다. 내 발로는 절대 찾아가지 못할 레스토랑에 가 보는 느낌. 즉, 내가 고르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책을 구매해 완독 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참 좋다. 나이가 들고, 아이를 키우는 일상에 익숙해지면서 뭔가 예기치 못한 변화 , 불확실성, 계획에 어긋나는 일을 죽자고 피해 다니고 있는데, 북클럽 책을 구매하면서 그 부분이 상당히 상쇄되는 느낌이 참 좋다.


총 3일에 걸쳐서 수면제도 듣지 않을 만큼 집중해서 새벽 두 시까지 책을 보다 자는 중인데

그래도 이게 자유라는 생각에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좋다.

구내염 경보가 내려질 예정이니 고함량 비타민을 때려 넣어야겠다.


어제의 독후감은 환경문제, 오늘의 독후감은 자유이다.

정말 거대한 코끼리의 다리와 코를 만져본 기분이라,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느 부분을 만지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패티가 소박하나마 자기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지금도 매일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조깅을 하지만 이제는 운동이나 다른 어떤 것에도 중독되지 않았다 이제 포도주 한 병을 따면 이틀, 때로는 사흘도 간다.

Mainly, though, she leads her own little life. She still runs every day, in Prospect Park, but she’s no longer addicted to exercise or to anything else, really. A bottle of wine lasts two days now, sometimes three.




새벽 두시가 다 되가네


#김영하북클럽

#김영하북클럽_자유

#자유_조너선프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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