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오면? 그냥 엄마표 샌드위치 빵이 되지요.
코스트코에서 지중해 스타일 번이라는 신상빵을 사 왔다. 피타브레드를 사려고 했는데 품절, 매진인지 매대에서 보이질 않아서 대신 집어 든 빵인데 지중해 스타일 빵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지중해쪽을 신혼여행 때 가 보긴 했지만 그때 먹은 건 그냥 치아바타 같은 식전빵과 엄청 맛있었던 해산물 파스타 요리였는데 그쪽 빵이 따로 있나?
코스트코 베이커리 코너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가성비 좋은 식빵이나 베이글이 있긴 하지만 식빵은 아무래도 그때그때 사 먹는 식빵이 제일 맛있다 보니 대량으로는 잘 안 사게 되고 베이글은 아직 아이들에게는 너무 쫄깃 거리는지 잘 먹질 않는다. 다른 빵 종류들, 크로와상 종류의 빵들은 너무 기름지고 단 데다 양까지 많으니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다. 성분 심플하고 담백한 빵을 좋아한다. 식물성 유지나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은 어쩌다 조금 먹어야 맛있지 대량으로 쟁이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적절하다.
지난번 피타브레드는 중동지방에서 먹는 빵으로 가운데가 공갈빵처럼 구멍이 나 있어 컷팅하여 속을 채워 넣기에 편했는데 이 지중해 스타일 번은 그냥 정사각형 모양의 치아바타 정도로 보인다. 구멍이 뽕뽕 뚫려 있고 안이 부드럽고 달지 않고 담백하다. 처음 하나를 그냥 뜯어서 맛을 본 후 딸기잼과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어봤는데 역시나 맛있다. 빵이 맛이 없을 리가.
어떤 맛인지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해 먹기에 돌입이다. 지중해 사람들은 이런 스타일의 번을 어떻게 먹는지는 잘 모르겠다. 샌드위치로 먹는지, 파니니로 먹는지, 아님 그냥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소스를 찍어서 먹는지, 파스타 소스에 찍어 먹는지, 먹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우리 집에 온 지중해 스타일 번은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분했다. 빵칼로 반을 잘라 한쪽엔 마요네즈, 다른 한쪽엔 허니머스터드소스를 바른다. 구멍이 뚫려있고 안이 부드러운 편이라 소스가 잘 스며든다. 이렇게만 발라 먹어도 훌륭한 맛이지만, 치즈와 간단한 채소, 햄을 구워 올리니 간단한 햄치즈 샌드위치가 완성이다. 식빵보다 더 담백하고 베이글 보다 부드러운 맛, 아침 식사로 만들어 주니 우리 집 두 형제가 맛있게 먹는다. 빵이 질기지 않아 아직 씹는 힘이 약한 여섯 살과 이가 흔들리는 여덟 살 아이도 먹기 편한 모양이다. 아침에 입맛이 없으면 4분의 3 정도 먹고 꼭 한 두 입을 남기는데 끝까지 다 먹은 걸 보니 맛있었던 모양이다. 햄과 치즈를 아낌없이 두 장씩 넣어준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스트코에서 같은 날 데려온 소고기 다짐육으로 만들어 놓은 함박 스테이크도 빵식에 한몫을 했다. 얇게 그릴에 구워 햄버거로 만들었는데 그 역시 맛이 좋다. 햄버거 소스는 따로 없지만, 빵 한쪽 면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조금 발라주면 더 풍미가 올라간 고급 버거 느낌이 난다. 간단한 채소와 치즈로 아이들도 한 입에 앙 해서 먹을 수 있는 엄마표 햄버거가 완성되었다. 어른들은 입맛에 따라, 먹는 양에 따라 패티와 치즈를 더블, 트리플로 채워 넣어 두꺼운 버거를 만들어 먹어도 되겠다. 아이들은 아직 패스트푸드점에서 맛있는 햄버거를 먹기가 힘들다. 이것저것 넣어 두꺼워지니 빵 따로 속 따로 먹어야 하고,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불고기버거 정도로 한정되다 보니 주로 너겟이나 감자튀김을 먹는 편인데 엄마표 햄버거를 기분 좋게 맛 좋게 먹었다. 네모난 햄버거라 더 재미있는 모양이다. 집에서 만든 버거 패티라 채소와 두부도 소량 들어갔으니 건강에도 더 좋을 것이다.
지중해스타일 번은 한 봉지에 열개가 들었고, 유통기한도 3일 정도로 짧은 편이라 냉동이 필수이다. 냉동할 때에 전부 다 반 잘라서 지퍼백에 냉동하면 다음에 꺼내 먹을 때에 훨씬 편하다. 바로 사 왔을 때 자르는 것이 가장 잘 잘린다. 냉동실에 들어가면 해동하는 것도 귀찮은데 자르기까지 하려면 귀찮음이 배가 되니 아예 잘라서 냉동해 두면 다음에 덜 귀찮게 먹을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빵을 사 와서 맛있게 먹었다. 코스트코는 갈 때마다 뭐가 새로운 것이 생기는데 하나하나 도전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은 뭐 사다 먹나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요새는 일상회복으로 시식도 돌아와서 이것저것 오물거리며 다니는 것도 코스트코 가는 재미이다.
담백한 빵을 좋아하신다면, 지중해 스타일 번 사다가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