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빵 앞에 추억의 라는 형용사가 많이 붙는다. 추억의 맛 이라면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귀해졌거나, 지금은 아무리 먹어도 예전의 그 맛이 아니라거나 이래야 하는데, 예전에도 먹었고, 지금도 먹는, 예전에도 맛있고 지금도 맛있는 소시지 빵 앞에 왜 추억 이라는 말이 붙을까. 소시지 빵이 추억이라면 그 추억은 지금도 ing , 즉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앞으로의 추억이 될 것이고, 추억이 될 이 순간을 즐기자, 뭐 이런 철학적인 생각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나.
오늘은 그 소세지 빵을 구웠다. 지난 번에 피자를 만들고 남은 반죽을 냉동 해 두었는데 더 오래 두면 왠지 안 될 것 같아 아이들에게 소시지빵 어떠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좋다한다. 소시지빵은 집에서 여러 번 구워보았다. 처음엔 당연히 쉽지 않았지만 언제나 맛은 보장되니 홈베이킹 메뉴로는 훌륭하다. 유치원 갔다 와서 같이 만들자는 아이들. 그래, 같이. 라고 말하고 엄마가 준비 해 놓으란 말이지만 그래도 지네도 만들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가상타.
달달볶아 숨이 죽은 양파를 얼린 큐브, 저 정도면 중간 크기 양파 한개는 족히 될 분량이다. 소세지빵 셋팅 완료 해 놓고 하원 데리러 나갔다.
캠핑 구이용 커다란 소시지를 준비해, 해동한 반죽으로 기본 틀 성형을 했다. 그리고 달달 볶아 얼려둔 양파 큐브를 자연 해동하여 캔 옥수수와 마요네즈, 마늘 가루 한스푼을 넣어 섞는다. 그리고 피자치즈를 한 사발 준비해 두니 오늘의 쿠킹클래스 준비는 끝. 집에서 만들면 이런 게 좋다. 재료를 아낌 없이 듬뿍 듬뿍, 실하고 푸짐하다. 우리 아이들의 추억의 소시지 빵은 엄마와 함께 집에서 큼직하고 실하게 만들어 먹던 이 소시지 빵이었으면 좋겠다.
반죽을 더 길게 밀어야 한다. 다음에 다시 도전 해 보겠다. 한 번 사 먹어 본 후에.
소시지를 세 개만 사용하니 반죽이 조금 남아, 요즘 핫 하다는 소금빵을 한번 만들어 보았다. 갑작스런 결정이었다.어쩐일인지 나는 소금빵 먹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있었다. 길게 밀어 버터를 넣고 돌돌 말아 위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구우면 끝. 아이들이 오기 전에 한번 구워보니 비주얼은 그럴 듯 하다. 맛도 빵반죽에 버터, 소금이 들어갔으니 평타는 치는 것 같은데 빵결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우유와 버터가 들어가 더 부드러운 반죽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물과 올리브오일로 만든 피자 반죽은 아니지 않나. 제대로 된 소금빵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알 길이 없다. 이렇게 먹는 것이 맞나. 이 맛이 맞나. 스파게티 면을 한 다라이 삶아 소스를 붓고 손으로 쓱쓱 비벼 나누어 먹던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이 떠 올랐다. 내가 그 서양 국수를 비비는 뽀글머리 아줌마가 된 기분이었다.
이 장면이 내내 떠오르던 내가 소금빵 만들던 순간들.
두 가지 빵을 만들고 먹으며 기질, 이라는 걸 생각했다. 빵마다 어울리는 기본 반죽과 재료가 있듯 사람도,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속 재료가 들어가고 토핑이 올라가, 빵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 보여도, 빵마다 가장 어울리는 반죽들이 있다. 어떤 건 포실포실 부드러워야 제 맛이고, 어떤 건 쫄깃 쫄깃 해야 더 맛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베이커로서 염두해야 할 부분도 이 빵, 저 빵 먹어보며 어떤 빵에 어떤 반죽이, 어떤 토핑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비주얼과 굽는 냄새는 일단 합격
애들 키우는 것도 그렇다. 우리 집은 둘 밖에 안 되는데 둘이 그렇게 다른 아롱이 다롱이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엄마는 하나다. 반죽 하나 가지고 이 빵 저 빵 어떻게든 만들어보려 고군분투한 오늘, 첫째는 물과 올리브 오일이 들어간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빵 반죽, 둘째는 우유와 버터 듬뿍, 생크림까지 조금 넣어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빵 반죽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 보려고 어떻게든 둘이 묶어 하나로 퉁치려 애썼던 순간들이 떠올라 미안했다.
소시지 빵은 추억의 빵이라고 하고, 소금빵은 요새 핫한 유행이라 한다. 둘 다 스테디셀러이고, 베스트셀러이다. 공통점은 불호(不好)의 여지가 없다는 것. 빵에 소시지 싫어 할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버터가 듬뿍 녹아 튀겨지듯 구워진 빵에 짭짤한 굵은 소금이 간간히 씹히는 맛을 싫어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 단지 나처럼 아직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 뿐.
빵무게 실화냐.
빵 토핑을 마친 아이들이 얼른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라며 빵 반죽에게 인사를 한다. 오븐 트레이를 들어보니 묵직 하다. 굽는 것도 20분이나 구웠다. 이렇게 두껍고 무거운 소시지빵이 어디있을까. 궁금해서 완성된 빵의 무게를 재어보니 337그람.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빵보다 두배 반은 더 나가는 무게이다. 둘째 녀석의 빵이 가장 무겁다. 토핑을 얼마나 올린건지.
덕분에 간식으로 먹으려던 소시지빵으로 저녁을 때웠다. 밥 먹는 것 보다 배부르게 먹었고, 편하게 먹었고, 무엇보다 탄단지를 고루 갖추어 볶은 양파까지 잘 먹었으니 되었다. 나도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