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부릉부릉 치티가 간다
부릉부릉 치티가 간다. 치티는 빨리 달리고 싶어 죽겠는, 자기의 빨리 달리는 멋진 모습을 뽐내고 싶어 죽겠는 스포츠카이다. 자동차들이 모여 사는 자동차 마을, 빨리 달릴 줄 아는 치티는 자기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책의 배경은 자동차 마을이다. 그래서 연못이 기름 연못이다. 헉! 기름 연못이라니, 기름 바다가 되었던 태안 앞바다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광경이지만, 자동차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자동차는 우물에서 물 길어 먹듯, 기름 연못에 와서 기름을 먹는다. 그런데 그 기름 연못이 말라가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책장을 넘기기 전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세 글자. 사. 재. 기. 서로 많이 넣어 쟁이겠다고 자동차들끼리 싸우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러듯이 말이다. 전쟁이 날 것 같아 쌀과 라면을 쟁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코로나 시국에 매대가 텅텅 비어버린 외국의 마트들, 유일하게 한국이 코로나 사재기가 없었다고 하니, 그러나 요즈음 텅텅 비어 버린 마트의 천일염 소금 매대가 떠올랐다. 말라가는 기름 연못에서 자동차들끼리 기름을 서로 많이 넣어두려 싸우는 모습이 가장 익숙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자동차 마을에서 내린 결론은 달랐다. 다른 기름 연못을 찾아 떠나자는 것. 서로 나누어 기름을 넣고 줄줄이 새 기름 연못을 찾아 떠난다. 치티는 빨리 달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불만이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사다리차가, 레미콘이, 로드롤러가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치티의 빨리 달리는 능력은 도무지 선 보일 수가 없어 치티가 점점 겸손해지는 내용이다. 모든 자동차들이 가진 능력이 다르고, 서로서로 협동해야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기가 잘난 것 같다고 잘난 척하지 말자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교훈인 것 같은데 어른의 시각으로는 기름 사재기를 하지 않고 새 기름 연못을 찾아 떠난다는 것부터 머리가 띵해졌다.
요즘 이것저것 쟁이는 분위기에 마음이 무겁던 차였다. 바다가 오염된다니 어른들은 천일염부터 쟁이신다. 김치를 절이고, 오이지를 절여야 하는데 오염된 소금을 쓸 순 없으니, 나는 김치종류를 직접 담그지 않아 굵은소금 소비가 크지 않은데 당장 우리 친정만 해도 20킬로를 사 두시고는 더 사야 하나 고민하시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소금을 먹지 않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 나는 소금을 사 두지 않으려고 했는데, 혹시나 나중에 가격이 오르거나 정말 구하기가 힘들어질 까봐 집에서 먹는 가는소금을 세 팩 정도만 사 두었다. 한국인의 식탁에, 아니 인간의 식탁에 우리 집에서 소금 하나 안전하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다. 당장 미역, 김, 멸치, 생선이 다 해산물이고, 온갖 장류며 젓갈류가 다 소금이 필요한 것들인 데다, 사 먹는 음식들, 대기업 식품들까지 오염수 방류 전 소금으로 만들 것이 아니니, 오염수 방류 자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런 소소한 사재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치티네 마을 자동차들처럼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기도 쉽지 않다. 당장 하루 이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 한국을 떠나거나, 지구를 떠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가, 과학자들은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고 있지만, 당장 우리는 소금을 사 두는 것에 급급하다. 현재를, 현실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치티와 친구들이 찾아낸 새로운 터전엔 상상하기 어렵지만 기름으로 찰랑이는 풍족한 기름 연못이 있다. 아마 만 년은 거뜬할 거라고 나온다. 자원이 풍족한 곳에서 자동차 친구들은 싸우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고 사이좋게 부릉부릉 살아갈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우리는 어떤 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이라도 새로운 터전에서 깨끗하고 풍요로운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이 너무 막막하여 괜스레 미안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