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OUT!

감기 걸린 물고기

by 멋쟁이 한제

가짜뉴스란 단어만큼 이상한 단어가 또 있을까. 뉴스인데 가짜, 헛소문, 뜬소문, 낭설, 루머라는 말도 있지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진실이 아닌 말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짜뉴스가 가장 나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활 속에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해독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매일매일 오는 보이스 피싱 및 스팸 전화,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들어온 숱한 가짜 뉴스들, 하다 못해 우리 아이의 말만 듣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되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유치원 생활들까지. 책과, 신문과, 세상과는 점점 멀어지는 엄마에게 세상으로 쏟아지는 가짜뉴스를 판독하라는, 아니면 그렇게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미션까지 주어지는 건 해도 너무 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감기 걸린 물고기>라는 책을 읽었다. 배가 고픈 아귀가 탄탄한 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물고기들을 어떻게 잡아먹을까 고민하다가 빨간 물고기가 감기 걸렸다, 노란 물고기가 감기 걸렸다, 파란 물고기가 감기 걸렸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일대 분란을 일으킨다. 물고기들은 가짜 뉴스만 듣고, 팩트 체크도 하지 않은 채 특정 물고기 집단을 퇴출시키고 아귀는 쫓겨난 물고기들을 손쉽게 잡아먹는다. 열이 펄펄 나서 빨개졌다는 빨간 물고기, 노란 콧물을 흘리는 노란 물고기, 추워서 파랗게 질린 파란 물고기들은 아무래도 이상하지만 무리에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나고, 남은 물고기들마저 티격태격 싸운다. 좀 너무한 것 아니니? 아니 그럼 너는 감기가 옮고 싶어 그러니? 하고 말이다. 코로나 시국의 초창기, 확진자들을 대하던 어른들의 시선이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 확진받고 완치되어 일상생활을 시작해도, 코로나 초창기에는 완치자들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던 우리 사회를 기억한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아래, 인간은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반성해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쉴 새 없이 울려 대는 메시지에서, 가지 말아야 할 식당, 피해야 할 사람들을 리스트에 올리며 오로지 나만 생각했지 그분들이 받았을 상처나 외로움을 헤아리진 못했었기에. 어르신들이 보시는 가짜 뉴스를 기막혀하면서도 정작 나도 혼란의 상황에 놓이면 이성적 판단력을 잃게 된다. 딱 봐도 이상한, 억지스러운, 특정 정치세력이 유치 찬란하게 꾸며낸 이야기임이 자명해 보이는 유튜브 채널을 진지하게 보시는 어르신들을 종종 보기도 하고, 멀리 갈 것 도 없이 우리 부모님들께로부터 링크를 공유받기도 한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어서 말을 안 하는데, 말을 안 하면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그 역시 답답하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는다. 가족끼리 싸울 순 없으니.


감기 걸린 물고기의 말미에서는 감기 때문에 색색의 친구들을 다 쫓아낸 회색과 검정 물고기들의 싸움이 그려진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한 줄인 <감기가 뭐야?> 하는 검정 물고기의 말이었다. 감기가 뭔 지도 모르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들을 내쫓는데 한 목소리를 낸 모양이다. 종종 가짜 뉴스로 마녀 사냥을 당하고 회생의 길을 잃고야 마는 연예인들이 생각났다. 혹은 분위기에 휩쓸려 왕따에 동조를 하거나, 방임을 하는 학교 폭력 문제도 함께 떠올랐다. 뭔 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면 응당 물어보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 < <모르면 그냥 잠자코 있어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덕 아닌 미덕이다 보니 이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나쁜 짓을 서슴지 않을 아이들이, 어른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실 나도 그렇다. 연예 가십 기사를 접하기 너무 편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질 않으니 연예인들의 가짜 뉴스를, 또 가짜뉴스였다고 바로 잡는 정정 기사를 많이도 본다. 아무 생각 없이 가짜 뉴스를, 정정 보도를 보는 내가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할 힘을 잃어버리는, 그러려는 의지조차 갖지 않는 생각에 근육이 다 빠져버린 말라깽이가 된 기분이라서.


아이들은 이 책을 깔깔 거리며 본다. 두 번이나 읽었는데 또 읽자고 그런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하니, 모르겠다 한다. 재차 물으니 물고기들이 싸우는 것이, 거짓말하는 것이 재밌다고 한다. 설마, 가짜뉴스가 나쁘다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 거짓말의 재미를 알려주고 있는 건가? 하고 철렁한 마음이 들지만, 아이들은 책의 메시지를 누구보다 명민하게 받아들인 다는 것을 믿는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두 번 읽었으니 다음에 또 읽자 하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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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와 가장 닮은 물고기는 <나만 안 걸리면 되지 뭐> 하는 회색 물고기이고, 예전의 나는 <감기가 뭐야?>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었던 검정 물고기에 가깝다. 그렇다고 내가 자칫 목숨이 걸린 일에 생각하고 의심하며 달려들어 해결하는 물고기가 되고 싶진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겁이 많아 무섭다. 우리 아이들도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냥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고 잠자코 있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지만, 가짜 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만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 생각 없이 동조하고 휩쓸릴 만큼 생각이 가볍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에 근육을 붙이고 힘을 길러 가짜 뉴스 따위, 세상의 헛되고 나쁜 분위기 정도엔 흔들림 없는 강인함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