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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Jul 01. 2023

굴러온 감자야,

맛있어서 고마워 

 굴러들어 온 감자들로 맛있는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여름철 감자는 마트에서 구입하기에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이 없는데, 그래도 감자를 살 필요가 없을 만큼 우리 집엔 여기저기서 얻은 감자들이 많이 생긴다. 농사 지었다고, 혹은 농사지은 걸 많이 얻었다고, 아니면 십 킬로를 샀다고 나눔 받은 감자들이다. 요즘엔 농작물에 제 철이 따로 없고 감자야 말로 사시사철 흔하게 먹으며 더욱이 아이들 키우면서는 감자튀김으로 정말 자주 먹지만, 그래도 초여름, 장마 전에 먹는 햇감자가 더 맛있는 건 왜일까. 아직 땅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는 그 "햇"이라는 말이 주는 힘일까.


 감자가 흔하니 감자 요리를 많이 해 먹는다. 애들은 주로 기름진 감자를 좋아한다. 찐 감자보다 전이 좋다고,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 말을 떼던 서너 살부터 확실하게 말해왔다. 소금 간을 살짝 한 감자전은 맥도널드의 감자튀김 다음 가는 최고의 감자 요리이다. 감자가 많고 시간이 많고, 팔뚝의 힘이 넉넉할 때에는 감자를 갈아 전을 부친다. 강판에 감자를 갈 때마다 큰아이가 아기일 적 강판에 간 사과만 잘 먹어서 사과를 매일매일 강판에 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그 아이가 벌써 감자전에 케첩 뿌려 먹을 만큼 자랐다. 


감자는 기름맛. 

 감자 채전도 물론 맛있다. 내 손으로는 가는 채를 고르게 썰 수 없으니 당연히 가는 채 칼을 이용한다. 끝이 바삭하다 못해 딱딱해질 정도로 바싹 튀기듯 구워내면 앉은자리에서 감자 대 여섯 개가 순삭이다. 감자는 기름 맛, 찐 감자, 조린 감자보다 튀기고 구운 감자가 맛있는 건 당연한 이치 인가보다. 


 올 해에는 감자빵을 만들어 보았다. 찐 감자를 으깨어 놓고, 감자의 양만큼 밀가루를 넣어 감자 반, 밀가루 반으로 빵반죽을 하였다. 계란을 하나 넣고, 두유를 넣어 반죽을 하고 버터를 조금만 넣었다. 굽기 전에 미숫가루에 검은깨 가루를 섞어 감자의 흙처럼 만들어 반죽을 돌돌 굴려 구우니 감자 같은 비주얼의 감자빵이 나온다. 반죽에 감자 반, 밀가루 반이라 속도 편안하고 미숫가루와 검은깨의 구수함도 느껴진다. 따로 계량을 한 것이 아니라 반죽이 조금 질게 되는 바람에 아이들과 같이 조물 거리진 못해서 아쉽다. 다음번엔 계량을 확실히 잡아서 아이들과 진짜 감자 같은 감자빵 만들기를 해 봐야겠다. 


고소 담백한 감자빵


 나는 감자가 다 그냥 감자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남미 여행을 간 유투버가 시장 채소 가게에 가서 감자 주세요, 했더니 무슨 감자?라고 되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만큼 품종이 다양하여 요리마다, 각자 개인의 입맛마다 어울리고 선호하는 감자가 다양하게 있나 보다. 마치 슈퍼에 가서 과자 주세요, 하면 무슨 과자? 하고 물어보게 되는 느낌이랄까, 내 머릿속에는 감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딱 하나인데 외국에선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올해 처음 홍감자를 먹어 보았는데 생김새며 맛이 지금껏 먹어온 감자랑은 달라서 감자 품종도 이렇게 다양하구나 싶었다. 내 머릿속에는 딱 떠오르는 그 감자와 홍감자 두 종류만 있는데 세상엔 몇 가지 품종의 감자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선 굶주림을 버티게 도와준 고마운 구황작물이고 외국에선 밥처럼 먹는 메인 탄수화물이라 하니 감자는 이름처럼, 생김처럼 동글동글, 둥글둥글, 무맛 이면서도 고소하고 구수하고 달콤한 맛으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작물인가 보다. 


 요즘 감자를 그렇게 많이 먹는데도 먹고 싶은 감자맛이 있다. 돼지고기 고추장찌개에 들어가는 감자의 맛, 칼칼한 생선조림에 들어가는 감자의 맛, 매콤한 닭 볶음탕에 들어가 기름과 양념에 푹 졸여진 감자의 맛, 주로 그런 감자의 빨간 맛이 먹고 싶은데 매운 것 못 먹는 애들 있는 우리 집에서는 도무지 하기가 귀찮은 요리이다. 아이들은 못 먹고, 신랑은 집에서 한 끼 먹을까 말까 한 사람이니 나 혼자 먹자고는 매운 음식 요리가 잘 안 해진다.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가 자주 해 줬는데, 나도 애들이 더 자라면 우리 엄마가 해 준 것처럼 맛있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감자를 먹으면서도 감자를 그리워한다. 


고구마 같은 홍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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